설날
우리 아침 먹으러 학교로 갈까?!
설날일데....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아내가 건넨 소리다.
학교 후문 앞에 산다.
아침 7시 부터 통행이 가능한 후문을 통과하면
자동차로 3분이면 간다.
늦겠다. 허겁지겁 나섰다.
그런데 아뿔사!
어제밤에 비가 많이 내리더니만 리모콘으로 열리는
후문이 고장이다.
할 수 없다.
걷자!,
아니다 뛰자!...
식당에 도착이 식사 마감 시간보다 2분 늦었다.
새벽 부터 부억에 나와 오직 마감 시간 하나만을 기다리면서
일하는 이 사람들은 늘 화가 나있다.
이들은 인정 사정없다. 아니 피도 눈물도 없다.
선교사라고 다를 것도 없다.
굼벵이처럼 늦게 온 우리 부부를 못 마땅하게
도끼눈을 아래 위로
치켜 뜨면서
매정하게 음식을 거두어 간다.
하지만 우리도 먹어야 한다.
치열한 한판의 생존 경쟁에서 승리의 대가로
남아 있던 음식
몇가지를 내 식판에 챙겼다.
숨을 몰아 쉬면서 우리부부는 식탁에 앉았다.
감사 기도하자!
어제는 삶은 계란을 먹겠다고 소금을 잡았는데
실수로 후추를 가지고 왔었다.
계란에 후추를 뿌려먹었다.
오늘은 더 이상 어제의 실수는 없다.
혼잡한 난장판에서도 정확하게 소금을 잡았다.
그것도 2개를 잡았다.
아~! 그런데 오늘은 계란이 없다.
비극이다.
손가락 굵기로 가늘게 썰어놓은 파파이어,
1인당 2쪽이다.
그러나 수단 좋고 재주 많은
내 아내는 3쪽이다.
당신 더 먹어!,
내 접시를 향해 파파이어 한쪽을 건넨다.
나 3쪽, 아내 2쪽,
아내는 착하다. 정말이다.
식탁에 앉자마자 나는 이렇게 한마디 하고 싶었다.
"당신은 왜 맨날 늦어!"
"조금만 서둘렀으면 되잖아!"
설날인데...
그런데 파파이어 한 조각에 이 말을 참았다.
이 말을 꾹하고 억지로 뱃속 깊이 삼켜버렸다.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굽지도 못한 마른빵 하나를 씹었다.
입이 마른다.
뻬았다 싶이해서 가져온 식은 커피를 입에 물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쓰다.
넘기려 목을 젖혔다.
파란 하늘이 보인다.
흰 구름이 흘러간다.
내 인생 처럼
설날 아침에..........
2011
인치일 선교사
작성일 : 11-02-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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