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이냐 목적이냐
막 11:1-11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극단적인 두 사람을 꼽으라면 베드로와 가룟 유다를 꼽을 수 있습니다. 분명 두 사람은 예수님의 제자라는 공통점이 있음에도 전혀 다른 결말에 이르게 됩니다. 베드로와 유다의 갈림길은 바로 예수님이었습니다. 이들의 결론이 전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제 예수님은 사역의 마지막을 위해 예루살렘성에 입성하려 하십니다. 예루살렘과 가장 가까운 동네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맞은 편 마을로 가서 매여 있는 나귀 새끼를 풀어 오라는 명령을 내리십니다. 이유는 나귀 새끼를 타시고 예루살렘에 입성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성경에 나귀는 부정한 동물임에도 주께서 타시겠다는 것은 이스라엘이 출애굽할 때 백성의 짐을 나귀에 싣고 나온 이후 친숙한 동물이 되었고 또한 슥9:9에 메시아의 예루살렘 입성 예언을 성취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나귀 새끼가 남의 것이었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누군가 무엇하느냐 묻거든 ‘주께서 쓰시겠다 하라’ 고 하면 내줄 터이니 끌고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나귀 주인은 제자들이 말하는 ‘주’가 누구인지 알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분명 나귀주인은 제자들이 말하는 ‘주’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예수님 말씀대로 제자들이 말하매 주인은 나귀 새끼를 선뜻 내주었습니다. 예수님을 ‘주’로 인정한 것입니다. 제자들이 나귀 새끼를 끌고 오자 제자들과 주변의 사람들이 취한 행동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자기들의 겉옷을 벗어 나귀의 등에 깔고 길에 펼친 것입니다. 이때는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 백성들이 예루살렘에 모여들 시기로 베다니에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대열을 이루고 있었는데 예수님께서 나귀 새끼를 타고 이 대열에 합류하시자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슥9:9의 예언을 떠올리며 지금 예수님이 슥9:9을 성취하고 계심을 알아차리고는 예수님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인정하고 환영한 것입니다. 또한 나뭇가지-종려나무(요 12:13)를 잘라 길에 펼치므로 예수님을 이스라엘을 로마의 압제로부터 자유케 할 승리의 왕으로 환영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호산나 찬양을 외쳤습니다. ‘호산나’는 ‘지금 우리를 구원하소서’란 뜻이며 9절의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라는 것은 메시아를, 10절의 ‘다윗의 나라여’라는 것은 메시아가 와서 세울 나라를 의미합니다. 결국 나귀 주인이나 예루살렘 사람들이나 순례 객이나 모두 예수님을 자기들을 구원할 메시아로, 이스라엘의 왕으로 인정하고 환영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할 것이 있습니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예수님의 행동입니다. 예수님은 이스라엘의 왕으로 예루살렘에 입성하셨음에도 성에 머물지 않으시고 저물매 제자들을 데리시고 성 밖 베다니로 가셨습니다. 왕이 당신의 거처를 놔두고 성 밖으로 나가신 것입니다. 이는 이상한 일입니다. 단지 그 성에 머물 곳이 없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토록 열렬히 환영했다면 누군가가 머물 곳을 제공하려고 하였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성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예루살렘 성에 입성하셔서 하신 일이 이 일을 푸는 열쇠입니다. 성에 입성하신 예수님이 제일 먼저 하신 일은 성전을 둘러보시고 날이 저물매 성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다음 날 예수님이 하신 일을 살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다음 날 예수님은 이스라엘로 상징되는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시고 사람들의 욕심과 죄로 오염된 성전을 청결케 하셨습니다. 베드로와 유다의 차이점은 예수님을 삶의 목적으로 여기느냐 아니면 삶의 수단으로 여기느냐 입니다. 베드로에게 있어 예수님은 삶의 목적이었습니다. 반면 유다에게 있어 예수님은 삶의 수단이었습니다. 수단이냐 목적이냐가 그런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져왔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머물지 않으신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예루살렘은 온갖 죄와 탐욕으로 가득 찼습니다. 분명 사람들은 예수님을 왕으로 인정하고 환영하였지만 왕의 백성답게 살지도 행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예수님을 자신들을 로마의 압제로부터 자유롭게 해 줄 정치적인 메시아로 여겼던 것입니다. 제사장들이 타락하였다면 백성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예루살렘과 성전을 청결케 하여야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그 타락에 함께 동참하였습니다. 예수님이 잡혀 심문당하고 십자가의 고난을 당하실 때 예수님을 왕으로 환영한 이들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예수님 편에 선자가 없음이 이를 증명합니다. 이들은 모두 예수님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여겼던 것입니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 준 곳이 바로 성전이었습니다. 이 오염된 성전에 예수님은 더 이상 계실 수가 없었습니다. 성전은 더 이상 하나님의 성전이 아니라 악의 소굴이었던 것입니다. 오늘은 종려주일입니다. 종려주일은 예수님을 나의 왕으로 인정하고 고백하는 날입니다. 이날 우리는 진정으로 예수님을 나의 왕으로 고백해야 합니다. 그것은 예수님을 우리의 모든 삶의 목적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삶의 목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모든 초점과 우선순위를 예수님께 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나의 삶을 정결케 하여 성전의 기능을 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예수님을 나의 왕으로 고백하는 것이며 진정으로 종려주일을 맞이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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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3-2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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