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9-2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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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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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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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나빠서인지 이해력이 떨어져서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복잡한 게 싫어집니다. 요즘은 매장마다 흔하게 설치된 키오스크를 처음 사용할 때 아무리 봐도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고 뭘 하나 추가하려면 그건 또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 한참을 보다가 그만 포기했던 일이 있습니다.
얼마 전 장모님 팔순으로 처가 식구들과 함께 여행하려고 공항에 나갔는데 탑승권 발권을 위해 키오스크로 아무리 시도를 해보아도 진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해보아도, 아내가 하고 예슬이가 해보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중에 직원에게 물으니 오가는 비행기의 항공사가 달라 탑승권 발급이 안 됐던 겁니다.
이번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국제선 공항에서 나와 국내선 공항으로 이동한 후 키오스크를 이용하여 탑승권을 발급하려 했으나 역시 몇 번을 시도해 보아도 결국 발급이 안 됐습니다.
코드 번호를 넣으라는데 저장해간 탑승권에 나와 있는 온갖 것을 입력해 봐도 계속 틀렸다는 문구만 떴고 결국엔 카운터를 열 때까지 기다렸다가 갔더니 탑승권 저 한구석에 아주 조그맣게 쓰여 있는 코드 번호를 넣고서야 비로소 탑승권을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편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기기들이지만 사용법을 숙지하고 있지 못하거나 내용을 잘 모르면 그림의 떡이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복잡한 게 싫고 간단한 걸 선호하게 됩니다. 우선 제품 사용 설명서가 길면 아예 읽기가 싫습니다. 그래도 사용하려면 읽어야 하기에 읽기는 하나 내가 당장 필요로 하는 부분만 골라 읽고 두었다가 나중에 필요하면 다시 꺼내 필요한 부분만 읽습니다.
스마트폰 사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은이들은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데 저는 제가 아는 기능만 사용합니다. 그러니 좋은 제품을 주어도 다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손가락 한두 번 터치만으로 간단하게 처리하고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게 간단한 거야’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 제게는 여전히 어렵고 벅찹니다. 그런데 이번에 인도네시아를 다녀오면서 제 삶을 그렇게 간단, 단순하게 리셋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구난방, 좌충우돌,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이것저것 해보기 등이 지나온 제 삶의 흔적들인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불필요한 일에 시간과 삶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늘어놓았던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정말 필요한 것만 남겨 단순한 삶을 이어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신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왔지만, 실상은 제가 더 많은 걸 보고 배운 것 같습니다. 그중 하나가 단순한 삶, 생활이고 그런 마음이 자꾸 드는 건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이려니 생각하며 주변의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왠지 모를 더 단순한, 심플한 삶과 영역에 대한 생각과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마음, 그래야 하나님께 더 집중하고 하나님께서 하시는 음성을 더 잘 알아듣고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내에게 이야기하니 좋아라합니다. 그게 정말 하나님과 저, 그리고 교회와 아내에게 좋은 일이라고 분명하게 확신할 수는 없지만, 다녀온 뒤에도 그 마음이 사라지지 않고 더 진해지는 걸 보면 하나님의 또 하나의 부르심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얼마나 잘할지, 얼마나 지속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하는 데까지, 가는 데까지 하고 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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