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7-30 07:51
|
소심한 복수
|
 |
|
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01
|
어느 부부가 산길을 지나다 까치를 괴롭히는 까마귀를 보고는 남편이 그러지 말라고 작은 돌 하나를 까마귀 근처에 던졌습니다. 까마귀를 맞출 생각도 아니었고 맞출 마음도 없었습니다. 그저 까마귀가 까치를 괴롭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갑작스레 날아온 돌에 까마귀는 깜짝 놀라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 이후로 산에 갈 때마다 까마귀가 까치를 한 번씩 괴롭히곤 하였으나 더 이상 돌은 던지지 않았습니다. 혹시 다른 사고가 나면 안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이후 남편이 산에 갈 때마다 까마귀는 한 번씩 나타나 깍깍거리며 시끄럽게 하였는데 어느 날 계곡 옆에 누워 쉬고 있던 차에 느닷없이 남편이 쓰고 있던 모자 위에 새똥이 떨어졌고 위를 보니 까마귀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까마귀의 소심한 복수입니다.
글을 읽으며 저 자신을 생각해 보니 저도 그런 소심한 복수에 동참했던 일이 몇 번 있습니다.
며칠 전 좌회전 신호를 받아 좌회전하려고 달리는 도중 2차선에서 좌회전하려는 한 차가 급하게 끼어들었고 그 덕에 제가 밀리는 순간 신호가 바뀌면서 자연스레 멈춰야 했습니다.
문제는 끼어든 차로 끼어들 때는 급하더니 끼어든 후에는 천천히 진행하여 그 차 역시 신호에 걸려 멈춰 선 겁니다. 그런데 하필 멈춘 곳이 횡단보도 중간 지점이었고 그걸 본 저는 순간 욱하는 마음에 그 차 뒤에 바짝 정차하여 뒤로 후진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보행 신호를 받아 횡단보도를 건너는 이들은 횡단보도 중간에 어중간히 정차한 차를 한 번씩 째려보며 지났고 아마 보행자 신호가 끝날 때가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을 겁니다. 클락션을 울리거나 라이트를 깜빡이지는 않았지만 나름 소심한 복수를 한 것입니다.
다시 신호를 받아 좌회전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 못난 짓을 하였다 싶습니다. 그거 몇 분 늦는다고 일 날 것도 없으면서 신호 받았을 때 좌회전하지 못한 분노에 그런 소심한 복수를 한 게 참 못나고도 못난 짓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편 소심한 복수는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맘 상한 일이 있었고 이후 그가 무언가를 물을 때 대답하지 않은 것도 소심한 복수요, 감정 상하게 한 누군가를 돕지 않은 것도 소심한 복수이며 기분 나쁘게 했다는 이유로 시선을 피한 것도 소심한 복수였습니다.
심지어는 상대를 향한 옳지 않은 생각을 품으므로 생각 속 소심한 복수를 상대에게 영향 끼치지 않고 혼자서 한 일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도 제외할 수 없는 게 실제 할 수 없어 안 한 거지 할 수만 있었다면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요 망설이지 않았을 겁니다.
뒤에 차를 바짝 붙여 후진을 못 하게 함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이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게 한 저를 향해 욕이든 생각이든 앞차 운전자가 소심한 복수를 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설사 그랬다 해도 아무 할 말이 없는 사람입니다. 보복받아 마땅한 행동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차를 몰고 오며 “아이고 인간아, 인간아 못난 인간아, 그것 좀 참으면 어때서” 혼자 중얼거리면서 앞으로 혹 그런 일이 또 있다면 그때는 소심한 복수가 아니라 소심한 배려와 참음으로 대해 주리라 혼자 다짐했습니다. 그러려면 제가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불쌍히 여겨 달라 기도할 따름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