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7-1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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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집으로 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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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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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수술로 6월 11일 우리 집으로 오셨던 어머님이 오늘 (7월 16일) 집으로 돌아가십니다. 만 35일 만입니다.
어머님하고 이렇게 한 달 넘게 같이 있어 본 게 고관절 수술 후 요양을 위해 머무셨던 이후 처음입니다. 그래도 그때는 어머님 혼자 운신이라도 할 수 있어 저희가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지금처럼 모든 걸 챙겨드려야 하는 상황에서 한 달을 넘게 어머님과 함께 지내본 적이 없어 오시기 전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같이 잘 지낼 수 있을까를 두고 신경이 쓰였습니다.
부모 자식 간에 함께 지내는 걸 두고 무슨 신경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머님은 어머님대로 저와 아내와 아이들 역시 각자 나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하루나 이틀, 주말에 왔다 가시라고 말씀드려도 그때마다 일언지하로 거절하였고 그 이유가 때론 이것, 때론 저것을 말씀하셔서 그냥 우리 집에 왔다 가시는 게 불편하신가 보다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형의 수술로 어쩔 수 없이 와야 할 상황이 되었음에도 처음엔 우리 집으로 와야 하는 걸 두고 노여워할 만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다 막상 온 다음에는 일절 그런 내색 없이 잘 지냈습니다.
저희 또한 이런 상황에서 처음 같이 지내는 터라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조금 난감하였습니다. 형은 크게 신경 쓸 게 없다 하였지만 그래도 모시는 저희는 아무렇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신경이 쓰였습니다.
우선 다리에 힘이 없어 걸음이 온전치 않은 어머님을 위해 슬리퍼 없이 다니도록 화장실 바닥에 발판을 깔고 변기와 문틀에 장애인 용 안전바를 설치하고 부착하였습니다.
안방을 내드렸는데 어머님이 사용하기에 침대 매트가 너무 푹신하다 하여 단단한 매트를 주문해서 깔아드렸고 거실 소파에도 쿠션을 준비해 어머님 지정석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저나 아내나 모든 일정을 어머님에게 맞추었습니다. 평일 오전은 제가 어머님을 보고 주말에는 아내가 어머님을 돌봐드렸습니다. 예배도 아내는 주일 1부 예배에 왔다가 2부 때는 예슬이와 교대하여 어머님을 봤고 수요일에는 어머님 저녁으로 인해 아예 나오지 못했습니다. 퇴근 역시 요양보호사 돌아갈 시간에 맞추어야 했고 아내도 어머님 저녁 챙겨드리기 위해 밀린 잡무를 놔둔 채 퇴근해야만 했습니다.
식사 또한 어머님 위주로 맞춰 준비하였고 손 떨림이 있어 간단한 것을 제외하고는 저나 아내가 떠드려야 했고 아침에 일어나 주무시기 전까지 거의 모든 것에 어머님 손과 발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 달을 지내다 돌아가신다고 하니 마음 한편이 좀 그렇습니다. 그동안 요양보호사와 동네 한 바퀴 도는 재미로 하루를 지냈는데 이제 집으로 가면 어찌할까나, 그동안은 저나 아내가 식사를 떠드렸는데 집으로 가면 어찌할까나, 저녁 식사 후에는 아내나 예슬이하고 이런저런 얘기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집으로 가면 어찌할까나…
무엇보다 아내에게 미안해서 빨리 가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막상 돌아갈 때가 다가오니 한편 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은연중 내비치는 모습을 보면서도 보내드려야 하는 형편과 사정이 안타깝습니다.
어머님을 모시면서 그동안 형이 얼마나 신경 썼을지를 새삼 알게 됐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셔서도 이제껏 해온 것처럼 형이 잘 돌봐드리고 지내시겠지만, 왠지 마음 한편이 먹먹한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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