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6-1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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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님의 감동이 있는 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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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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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서적을 검색하다 보면 책 제목, 저자는 있는데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책들을 종종 만날 때가 있습니다. 내용이나 하다못해 차례, 목차라도 볼 요량으로 여기저기 찾아보고 검색해 보아도 도무지 확인이 불가능한, 한 마디로 상당히 오래된 책입니다.
그중에는 제목만으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책들이 있고 가격 비교를 해보니 배송비까지 포함해도 부담되지 않아 망할 걸(?) 염두에 두고 구매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구한 책들 가운데는 예상을 깨고 전혀 다른 종류의 책이 와서 실망할 때도 있지만 간혹 제 기대 이상의 책들도 있는 경우를 봅니다. 그때는 정말 무슨 보물 만난 것처럼 기분도 좋고 들인 비용이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얼마 전 그렇게 얻은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책 제목이 ‘하늘이냐 땅이냐’로 저자는 제가 개인적으로 신뢰하고 좋아하는 분이라 여기저기 검색해서 중고로 딱 한 권 남은 걸 구하였고 며칠 후 배송되어 왔는데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어서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조금 더 알아볼 걸, 괜히 저질렀나 싶었으나 이미 지난 일이고 반품할 수도 없는 일인지라 체념한 마음으로 책장을 떠들쳐 보니 오래전 한국 순수 자생교단인 성결교 ‘차재선’ 전도사님께서 교단 신문에 기고한 설교 내용을 모아 놓은 책이었습니다.
설교집을, 그것도 오래된 (1927년~1932년) 설교 모음인 데다 이름도 생소한 어느 전도사님의 설교 모음이라 그닥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앉아 한 장 한 장 읽었는데 읽으면서 마음이 점점 뜨거워졌습니다.
어찌 보면 평범한, 누구나 공감하고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왠지 제게는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신학생 시절 어느 날, 지금은 돌아가신 충현 교회 김창인 목사님의 설교를 현장에서 들은 일이 있었는데 정말 그야말로 지극히 평범한 설교임에도 마치 예수께서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에게 말씀을 풀어 가르치실 때 그들의 마음이 뜨거워졌던 것처럼 가슴이 울리고 마음이 움직이는 걸 경험하면서 “아, 이게 살아 있는 설교요, 성령의 감동이 있는 설교구나” 하면서 그날 이후 김창인 목사님과 같은 설교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였던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가 무명과 같은 전도사님의 설교를 읽으면서 또 한 번 그런 뜨거움을 경험하였고 새삼 김창인 목사님과 같은 설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라 그날 이후 그 생각이 제 기도가 되었습니다.
두어 번 아프고 나니 이름 내는 거에 별 관심이 없어졌고 이후 이름을 걸고 나갈 일들 가운데 정말 피치 못할 일이 아니면 정중히 거절하거나 다른 분에게 양보해 왔습니다.
선교회를 시작하면서 첫 번째 기도도 ‘자랑하지 않게, 이름 내지 않고’였는데 이제 와 새삼 설교로 이름을 내려는 건 아니고 정말 그런 감동의 설교를 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하지 않지만 아프기 전까지 아내가 내 설교를 두고 “당신 설교는 잘 짜여진 강의 같긴 한데 그다지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간혹 하곤 하였는데 그런 사람의 머리와 지식으로 준비한 설교가 아니라 어설프고 버벅거려도 성령의 감동이 있는 설교를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감히 그런 기도를 하는 게 한편 제 주제를 모르고 벗어난 것일 수 있겠지만 기도해서 안 될 것도 아니고 나쁠 것도 없고 오히려 그런 기도를 통해 1/100일지라도 그런 감동이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살아생전 기도한 대로 그런 설교를 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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