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5-2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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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집으로 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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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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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뭐라 말씀드리기가 뭣 하지만 어머님이 다시 가셨습니다. 지난 목요일 허리 수술하려던 형의 일정이 한 달간 연기되었고 그래서 한 달 후 형이 수술받을 때 다시 오시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지난 화요일 아침,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조심스럽게 병원 일정이 미루어졌으니 다시 어머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머님을 모셔오기 전에 신경 치료와 차단술까지 받았음에도 통증이 가시질 않아 부득이 수술하기로 하고 일정을 잡았는데 그 일정이 한 달간 미뤄졌습니다.
수술하려던 병원은 개인 병원이었고 그 전에 대학병원 두 군데 진료 예약을 해두었는데 대학병원은 진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그사이 개인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거기서 수술하기로 하였는데 아무래도 대학병원에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 달 미뤄 수술하기로 하였습니다.
전화를 받고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날 오후부터 요양보호사가 오기로 전날까지 문자를 나눴고 저 역시 저의 병원 진료를 일정에 맞춰 연기하여 두었는데 갑작스레 모든 일정이 바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미 결정된 일이기에 바로 오후에 오기로 한 요양보호사에게 전화하여 사정을 말씀드리고 방문을 취소하였고 아내에게 전화로 얘기한 후 어머님께 사정을 말씀드리며 집으로 가시겠느냐, 우리 집에 며칠 더 머무시겠느냐 물으니 1초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가시겠다길래 급하게 부랴부랴 가져온 짐을 싸서 어머님을 모셔다드리고 왔습니다.
아내가 얘기를 듣고는 출근하다 말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어머님 머리를 감기고 샤워시켜드린 후 옷을 갈아입혀 드렸습니다. 아내는 출근 때문에 어머님 집까지는 함께 갈 수 없어 주차장에서 헤어졌는데 그런 아내를 보며 어머님은 연신 고맙다 하시고는 눈물이 그러그렁하였습니다.
어머님 집으로 가는 도중 마중 나온 형과 함께 점심을 먹고 어머님 집으로 가서 짐을 풀어 원위치하고는 가겠다고 하니 또 제 손을 잡고 고맙다, 애썼다 하시며 우십니다.
그런 어머님을 뒤로 하고 돌아오며 이틀 동안 어머님을 모셨던 일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을 차려 드리고 화장실을 모시고 가고 옷을 챙겨 입혀드리고 말동무해드리고 잠자리 봐 드리고 마치 갓난아이 돌보는 것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크게 한 일은 없지만 그래도 소소히 손이 가야 하고 처리해 드려야 할 게 있고 챙겨 드려야 할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내가 갓 났을 때 어머님도 나를 그렇게 돌봐주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내가 갚아드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집에 와 보니 급하게 짐을 싸느라 빠뜨린 몇 가지가 있었고 토요일에 만나 전하기로 하였습니다.
얼마 전 어머님과 마지막 가족사진을 찍었는데 누군가 돌봐드려야 할 만큼 약해지고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어머님을 보면서 하나씩 마음도 생각도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머님이 오신다고 기도 부탁드렸는데 그 기도를 한 달만 미루었다 어머님이 오시면 다시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그 전이라도 어머님이 더 평안해질 수 있도록, 마지막 길에서 믿음 하나 붙들고 잘 지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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