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3-1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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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지 않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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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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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다’–‘까닭이나 실속이 없어 쓸모가 없다’는 말입니다. 사람이나 물건, 일 등 모든 것에 다 해당하는 말입니다. 그가 누구이든, 어떤 일이든, 어떤 것이든 부질없고 부질없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머님이 많이 안 좋으십니다. 지지난 주 월요일 열이 올라 119를 불러 응급실에 가셨다가 다음 날 퇴원하셨는데 그다음 날 다시 열이 올라 또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가셨고 그 이후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퇴원한 날 저녁에 아내와 함께 어머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우리가 온다고 피자 시켜 저녁 먹이고 보내라 하셨다며 형이 피자를 시켜주었고 한 조각씩 먹고 돌아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으신 줄 알았습니다. 돌아서 나오는데 현관에서 배웅하는 어머님 얼굴을 보니 괜히 마음이 짠하기는 하였지만 열도 내리고 해서 별일 없겠지 싶었는데 바로 그날 밤 다시 열이 올라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들어갔습니다.
환경이 바뀌어서인지, 열 때문인지 섬망이 오락가락하여 멀쩡하다가도 다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집에 가겠다면 떼를 쓰고 링거 줄을 뽑으려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때마다 형이 잘 진정시켜 가라앉히곤 하였는데 하루는 너무 심해 어쩔 수 없이 양손을 묶어 두기도 하였습니다.
다음 날 통화하는데 “섬망이 와서 정말 혼났다”는 말씀을 들으며 이제는 괜찮아지는가 싶었는데 다시 섬망이 왔고 지금까지의 시간을 오락가락하며 이 말 저 말을 하였습니다.
문제는 열이 내리지 않아 퇴원이 안 되는 것인데 한 이틀 체온이 정상인지라 화요일에 내일이면 퇴원하자고 하였는데 퇴원 당일 다시 열이 올라 퇴원이 연기되었고 또 해열제를 투여했습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거의 잡숫지를 못해서인지 수요일 뵐 때는 목소리조차 힘이 없어 더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얼마나 더 세상에 계실지는 알 수 없지만, 병중에 있는 어머니를 위한 기도는 “평안히, 고통 없이, 믿는 자로 품의 잃지 않고, 하나님 영광 가리지 않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열이 내리지 않는 이유가 투여 중인 항생제인 것 같아 다른 항생제로 바꿔 투여하니 열도 내려 목요일 퇴원하였습니다.
어머님을 퇴원시키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누구를 막론하고 다 시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길에서 예외인 사람 없고 피해갈 사람 없고, 모습과 형편, 상황만 다를 뿐 저를 비롯해 모든 이들도 다 그 길을 따라 걸을 겁니다.
다른 이의 인생을 살아 본 일이 없기에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의 시각으로 본 인생은 성경 말씀대로 참 허무함 뿐인 것 같습니다. 기쁨도 즐거움도 기대도 다 잠깐, 그 시간이 지나면 남은 건 누구나 걸어야 할 그 길에 여전히 서 있어 잘나도 뛰어나도 부질없게만 보입니다.
그사이 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일의 결국-모든 인생의 궁극-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 (잠 12:13) 라는 말씀이 떠오릅니다.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 그 일이요 가장 큰 일이 그 일이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그 일이기에 요즘 어머님을 뵈며 하나님 경외함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그 일만이 부질없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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