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1-2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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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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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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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마지막 날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식사를 차려주고 먹고 있는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내가 “이제는 할아버지가 다 됐네” 무심히 한마디 합니다.
몇 년 전 위장병으로 몹시 고생한 터라 속이 좋지 않으면 더 조심하는데 연휴 셋째 날 아침을 먹고 졸려 바로 누웠더니 체한 건지 속이 좋지 않았고 혹 그때만큼은 아니어도 다시 도지는 건 아닐까 싶어 조심하느라 그날 하루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그냥 잠들었고 다음 날 식사량도 줄이고 다른 때보다도 더 천천히 먹는 걸 보면서 아내가 한 말입니다.
내가 천천히 먹고 있어서 그러냐 물으니 그냥 밥 먹는 모습이 그렇게 보였답니다. 아마 전날 하루를 굶은 데다 면도까지 하지 않아 덥수룩한 얼굴과 천천히 먹는 모습까지 합해져 복합적으로 그리 보였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내 말을 들으면서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한편 그런 말을 들을 때도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아이들이 결혼하지 않아 손자 손녀는 없지만 제가 청년 때 주변의 60대의 어르신들을 떠올려 보니 이제 내가 그 나이 때가 되었고 그분들과 연관해 생각해 보니 정말 할아버지라는 소리를 들어도 과하지 않은 말입니다.
새삼 나이 먹는다는 거, 나이 든다는 게 무얼까를 생각해 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이명 치료를 위해 대화역에서 지하철을 타는데 아시다시피 대화역이 깊어 계단이 많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그 계단을 다다닥거리며 빠르게 내려갔는데 얼마 전에 내려가다 한번 삐끗해 미끄러질 뻔한 후로는 천천히 걸어 내려갑니다. 자칫 한번 넘어지면 꽤 많이 다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방지하려면 천천히 내려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번은 치료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려고 역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데 발판에 발을 딛는 순간 타이밍을 잘못 맞춰 헛디딜 뻔한 후로는 다음부터 최대한 발판을 보며 조심해서 타려고 합니다. 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행동이 민첩하지 못해 일어난 일입니다.
나이 들어가는 증상은 그것 외에도 몇 가지가 있는데 그동안은 우유가 섞인 라떼를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얼마 전부터 일반 우유로 만든 라떼를 먹으면 속이 좋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피부에 상처가 생기면 예전과 같이 금방 재생이 되지 않습니다. 작년 12월 초 피곤해서인지 입술 위에 물집이 생겼고 해오던 대로 약국에서 연고를 사서 바르고 있지만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일부 남아 있고 무언가에 긁혀도 상처가 제법 오래갑니다. 혹 당뇨 초기 증상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증상들은 없는 걸 보면 그냥 재생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은데 모르는 일이니 조만간 당뇨 검사도 한 번 받아 볼 생각입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그에 맞게 몸 여기저기에서 이런저런 증상들이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몸과 피부를 잘 가꿔 나이가 들어도 젊을 때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도 나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실천하는 게 될 수 있는 대로 몸을 많이 움직이려 합니다.
환승을 위해 이동하거나 역에서 밖으로 나올 때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도 여전히 걸어 올라가고 병원에 도착해서도 3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1층에 있어도 타지 않고 걸어서 올라갑니다. 또 지금은 추워서 잘 못 하고 있는데 춥기 전까지 점심 식사 후 30분 정도 교회 근처를 한 바퀴 돕니다. 소화도 시킬 겸 다리 힘과 근육을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더하여‘플랭크’라는 운동도 하는 데 발을 모으고 5분 정도 버팁니다.
나이 들어간다는 게 한편 서운하고 허전할 수도 있는데 그만큼 이전과는 다르게 종종걸음 하지 않고 여유를 갖고 대할 수 있어 좋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게 다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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