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12-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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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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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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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잃었던 의식을 회복하다, 사리를 분별할 만한 정신을 가지다, 잘못이나 실패의 원인을 알아서 뉘우치며 정신을 다잡다’ 등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갑자기 생각도 못 한 충격적인 일로, 어떤 사고로 인해 의식을 잃었다 회복된 것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무런 생각 없이 되는 대로 마구 살다 어느 순간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이전의 모습을 벗고 사는 걸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과거의 그릇된 삶이 얼마나 잘못인지를 깨닫고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살기로 다짐하는 것을 말할 수도 있습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운전하며 가던 중 불현듯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운전하지 하며 화들짝 놀라 핸들을 다잡고 운전에 집중했던 적이 있습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멍하게 앞을 보면서도 무얼 보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한 채 앉아 있다가 정신을 차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사고 나지 않아 망정이지 뒤돌아 생각해 보면 정말 깜짝 놀랄 일입니다.
또 어느 때는 무협 만화에 혹해서 한동안 정신없이 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젊었을 때 일이지만 하루 몇 시간씩 빠져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시간을 너무 낭비한다는 생각에 빠져나왔는데 아마도 그게 정신을 차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니 살면서 정신을 차린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한때는 책을 사 모으는 거에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 그동안 사들인 책을 값으로 환산하면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마전 책 정리를 하면서 저 자신에게 ‘아이고 이 미친*아’를 반복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면 굳이 사지 않아도 될 책들을 왜 그렇게 사서 모았나 싶습니다.
과시욕, 대리 만족, 욕구불만, 열등감 해소 정도가 답이 될 수 있겠지만 그나마 얼마 전부터 정말 정신이 들었는지 이제는 인터넷 서점을 아이 쇼핑, 혹은 윈도우 쇼핑만 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무조건 사야 한다는 강박증도 없고 그냥 ‘그런 책이 나왔구나’ 정도입니다. 물론 그 가운데도 꼭 필요한 책들이 있고 그러면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 놓은 뒤 몇 날을 생각하고 고민하다가 그래도 사야 할 것 같으면 사고, 그렇지 않으면 삭제해 버립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릴 건 이것들 만이 아닙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이 흘러간다는 게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무의미하게 보내는 게 낭비라고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뭘 하나 해내는 거도 없으면서 막연히 시간에 대한 아까움이 떠오릅니다.
시간 외에도 정신을 차리고 정리한 게 더 있습니다만 이렇게 따져보니 그동안 정신을 차린 게 한둘이 아닙니다. 나아가 더 정신 차려야 할 것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 남은 생애 동안 얼마나 더 정신을 차려 정리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전날까지 이 정리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까지 정리한 것도 하나님이 감동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감동이 없었다면 저 스스로 빠져나오고 정리하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여기까지 정리를 시키셨으니 다음은 또 무엇을 정리를 시키실까, 한편 궁금하기도 합니다. 맘에 짚이는 게 몇 가지 있기는 하나 하나님 생각은 다를 수 있으니 주시는 감동을 기다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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