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12-1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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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단상 (短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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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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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정기노회 이후 첫 부서장 회의가 있었고 그 회의에서 노회와 노회 산하 지교회, 그리고 지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를 위한 기도회를 한 달 한 번 이어가기로 하였습니다.
기도회를 하려면 기도 제목들이 필요하여 각 지교회를 담임하는 목사들이 목사 자신과 담임하는 교회의 기도 제목을 작성하여 제출하면 모아 함께 묶어 기도 제목 소책자를 만들기로 하였고 소책자 제작을 위해 기도 제목을 써넣을 기도 요청서를 받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는 제 방에 앉아 기도 요청서를 한참이나 들여다보았습니다. 목회자와 교회, 노회, 기타 기도 제목 등으로 칸이 나눠진 용지를 보면서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기도 제목을 써 넣는 것이야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내심 고민이 됐던 게 여러 가지 기도 제목들 가운데 어떤 기도 제목을 써넣어야 할 것이냐였습니다.
이 기도 제목을 써놓으려니 저 기도 제목도 필요하고 모두 다 써넣자니 기도 제목을 써넣을 빈칸도 모자랄뿐더러 무엇보다 어느 게 정말 시급하고 꼭 중요하고 필요한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고 판단하기엔 모두 다 빼놓아서는 안 될, 반드시, 꼭 해야 하고 당장 이루어져야 할 기도 제목들이었기에 그중 몇 가지를 고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우선순위라는 게 있으니 그 순서에 따라 우선 급한 것부터 써넣을 수도 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고집일 수도 있고 혼자만의 삐딱선일 수도 있고, 아무튼, 시간에 따른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마음 내키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고민하고 고심하다 칸마다 나름 선정한 몇 가지 기도 제목들을 써넣어 보내기는 하였으나 한 편 마음이 홀가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보내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나님께서 우리 기도를 들으실 때도 그러시지 않을까 하는 혼자만의 엉둥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정말 당장 급해서 죽을 지경이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죽을 거 같은 기도 제목들인데 하나님 편에서 보면 한참 기다려야 할 것도 있고 아예 거절하실 것도 있고 기도 응답보다는 기도하는 우리를 먼저 손보셔야 할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향과 목적지가 없는 차나 비행기, 배는 떠돌 수밖에 없습니다. 십 년이든 이십 년이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같은 자리만 계속 맴돌 수도 있습니다. 저만치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할 수도 있고 어디를 무작정 달리기는 하는 데 결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하염없는 운행일 수도 있습니다.
별것도 아닌데, 복잡하게 생각하고 고민할 것도 아닌데, 그냥 저 혼자 쓸데없는 고민에 빠져 엉뚱한 생각을 하느라 한나절 허망한 시간을 보내고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찜찜한 마음을 남기고 있다는 자책이 들면서 그 생각에서 빠져나왔으나 그래도 남아 있는 찜찜함은 그로부터도 몇 시간 지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기도에 대해, 특별히 하나님 편에서 보시는 기도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는 게 위안이 되고 유익이라면 유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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