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11-2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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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잊은 세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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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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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어느 교회에 상담을 전공한 부목사님이 전공과 전문을 살려 교회에 상담센터를 개설하고 성도들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대상으로 광고하고 내담자가 오기를 기다렸는데 한 달이 넘도록 아무도 상담센터를 찾지 않았습니다.
결국 상담센터는 개시도 못해 보고 문을 닫고 말았는데 후에 원인분석 결과 익명과 비밀이 요구되는 상담에 상담자와 내담자가 서로 잘 아는 목사와 성도들은 말할 것 없고 일반인이라고 해봐야 같은 동네 사람들인 텐데 혹 자신의 은밀한 이야기가 외부로 새나갈 것을 염려하여 아무도 찾지 않은 게 아닐까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익명과 비밀이 보장되지 않으면 누구라도 편하게 자기 마음과 생각을 터놓고 상담에 임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꼭 수치스러운 내용이 아니더라도 상담 자체가 심적 부담을 안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모 방송사에서 부부의 갈등과 문제에 대해 전문가가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한 것에 대해 방송심의위원회가 심의했다는 일간지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읽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부부와 개인의 아주 은밀한 이야기를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기 때문입니다.
실제 방송을 보지 않아서 내담자들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했다 할지라도 그들을 아는 이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볼 터인데 가장 은밀해야 할 부부와 개인의 일들을 공중파 방송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게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부부 사이의 갈등 해결이 절실했을 수도 있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무슨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 정도라면 도를 넘은 것입니다. 방송에서 조사한 설문 내용과 둘만의 은밀한 내용이야 다 말할 수 없지만, 저 같으면 죽었다가 깨나도 도저히 말할 수도 밝힐 수도 없는 그런 내용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들이 있는가 싶어 몇 곳을 찾아보니 정말 누구 말대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이야기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이 있는 자리에서 전 남친과 현 남편의 남성성을 비교하는 얘기, 자신의 과거 이야기, 이성에 대해, 자기와 관계된 은밀한 이야기들을 아무런 주저 없이 서로 웃고 떠들며 얘기하는 걸 보면서 떠오른 생각은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구나, 미쳤구나’였습니다.
제가 고지식하고 꽉 막히고 융통성도 재미도 없는 고리타분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나마 보수적이라는 목사이기에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 정도라면 아예 부끄러움도 수치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방송에 출연한 자들은 자기를 아는 이들, 부모 형제, 친구, 주변인들에게, 나아가 그들도 자녀들이 있을 터인데 그 자녀들이 그런 자기 엄마 아버지가 방송에 출연하여 한 모든 말들을 볼 수도 있는데 그때에도 과연 그들은 자기 가족과 자녀들에게 조금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지를, 그걸 자랑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방송에 출연하여 서로 재밌게 깔깔거리며 얘기하고 그 대가로 출연료를 받아 남들보다 여유로운 생활을 할지라도 부끄러움을 잊은 세대, 부끄러움을 잊은 사람들이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떠돕니다. 이런 일들 외에도 다른 일들도 많이 있겠지만 참, 한편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큰 수치인지를 모른다는 게 더 기가 막힐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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