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9-11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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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하나로 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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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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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지, 어디서 그랬는지 모르게 안경 렌즈 한 귀퉁이가 깨졌습니다. 깨졌다고 하기에도 뭣하게 렌즈가 플라스틱 재질로 깨져서 아예 떨어져 나간 게 아니고, 겉면에 흔적이 만져지지도 않은 채 안으로만 두 겹으로 줄이 갔습니다.
자꾸 깨진 윗면에 물방울이 있는 것처럼 보여 마스크를 쓰고 다녀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내다 어느 순간 깨졌다는 걸 알았습니다. 곰곰 생각해 보니 그렇게 지낸 게 여러 날 되는데 그렇다면 깨진 지 이미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깨졌다는 걸 알아차렸으니 참 저 자신이 생각해도 보통 무딘 게 아닙니다.
그렇잖아도 요 근래 안경을 새로 하나 장만하려고 이것저것 재던 차에 안경 렌즈가 그렇게 되었으니 떡 본 김에 ** 지낸다고 아예 맘 편하게 안경 바꿀 핑곗거리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늘 각진 테만 해왔던 터라 다른 모양의 테를 하면 어떨까 싶어 이것저것 찾아봐도 확신이 서질 않았고 또 급한 것도 아니어서 언젠가 바꾸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저냥 지내오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바꿔야 할 핑곗거리가 생겨 본격적으로 찾아도 다른 모양의 테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터라 결정을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결정 장애의 영향이 있겠지만 기왕 바꿀 거 좀 더 나은 거, 하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 걸 찾고 싶은 욕심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런던 차 얼마 전 동기 목사들 모임에 갔다가 우연히 한 동기가 안경을 새로 했다며 꺼내 놓았는데 제가 선호하는 모양은 아니었습니다. 마침 물을 가지러 간 사이 도수가 얼마나 되나 싶어 한 번 써보았는데 앞에 앉았던 동기가 지금 쓰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며 저도 그런 모양으로 바꾸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동기들에게 물어봐도 지금 쓴 게 더 낫다길래 사진 찍어 보았더니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동기들은 한결같이 지금 쓰고 있는 안경은 인상이 좀 날카롭게 느껴지는 데 모양을 바꾸니 인상이 부드러워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집에 와서 큰아이에게 사진을 보여주면 어떠냐고 물으니 큰아이 역시 사진 속 안경이 인상이 더 부드러워 보인다고 하였고 그 말을 듣고 아내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물으니 유독 아내만 지금 쓰는 게 스마트하게 보인다고 대답을 합니다. 아마 아내는 부드러움보다 조금 더 강렬한 걸 원하는 것 같습니다.
안 들었으면 모를까, 들은 게 있어서 이참에 안경 모양을 바꿔보려 합니다. 요즘 기도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더 온유하게, 더 부드럽게’였는 데 안경테 하나로 조금일지언정 일조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나마 저한테 더 잘 맞는 안경테가 어느 것이냐입니다. 찾아보니 같은 둥그런 모양이라도 여러 종류인지라 그게 그것 같고 이건 조금 더 각져서 맘에 안 들고 맘에 드는 걸 보면 값이 너무 비싸고 이것저것 맘에 들면 색깔이 이상하고, 또 다시 결정 장애가 발동되는 거 같으나 더 미룰 수 없어 하나 선택하고 주문했습니다.
도착하고 난 후 렌즈를 맞춰 넣었을 때 생각보다 별로여서 맘에 안 들 수도 있겠지만 그냥 쓰고 다녀 보기로 했습니다. 정 맘에 안 든다 싶으면 눈물을 머금고 다시 하나 더 주문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냥 해보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안경을 썼을 때 얼마나 부드럽게 보일지는 알 수 없으나 인상보다는 내면이 더 부드러워졌으면 좋겠습니다. 문득 내면까지도 부드럽게 만드는 내면의 안경은 없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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