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8-1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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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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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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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덥던 날들이 많은 비가 와서인지 며칠 얇은 이불을 덮고 잤습니다. 비 오기 전에는 이불이 옆에 있는 것 자체가 거추장스러울 만큼 더웠는데 며칠 어간에 이불을 덮어야 잘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켜 놓은 것도 아니고 창문을 활짝 열어 놓은 것도 아닙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니 발코니 창문을 열지 않았음에도 이불이 필요했습니다.
다시 무더위가 몰려올지는 알 수 없으나 다음 주에는 더 큰비가 쏟아진다고 하니 열대야로 잠을 설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그렇게 기온의 차이가 나는 걸 보면서 이대로 더위가 가고 선선해지지 않을까 잠깐 생각하면서 계절의 바뀜이 시작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긴긴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다시 그 봄이 여름으로 바뀌고 그 여름은 선선함으로 옷을 갈아입으려 합니다. 옷깃을 여며야 하는 겨울을 대비하기 위함이겠지만 왠지 그렇게 계절의 얼굴이 바꾸는 것이 반갑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얼마 전 남아공에서 사역하다 잠시 귀국한 이화남 선교사님 (정인영 선교사 사모)을 만났습니다. 식사 후 커피숍에 앉아 정인영 선교사님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인영 선교사님은 코로나 합병증으로 소천하였지만, 그사이 얼마나 죽음의 사투를 벌였는지 선교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생히 느껴졌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문득 얼마 전 김선국 선교사님 대화하면서 “나는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두 주 전 허희 권사님이 교회 입구에서 자라던 허브 잎사귀들을 바짝 잘라주어 깃대만 남은 걸 보면서 저게 살겠나 싶었는데 며칠 비가 온 뒤에 보니 제법 자란 걸 보면서 생명의 무성함이 느껴졌는데 한 편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다 스러지고 지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세상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대로 어김없이 흘러갑니다. 우주도 지구도 만물도 모두 다 하나님이 정하신 기한, 정하신 때를 넘기는 법이 없고 그 모든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듯 사람의 생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당장 오늘 밤 부르셔서 세상에서 사라진다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이고 저도 마찬가지이니 지금 살아 있다 해도 정녕 살아 있음이 아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한창 아플 때 마음 한편에는 혹 이대로 떠나는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 그러면 가족이든 사역이든 책이든 남은 건 어찌하나 싶었는데 지금에 보면 하나님이 부르실 때는 그 모든 걸 계산에 넣고 행하심이니 그것도 제 몫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흔히 나이가 들면서 감정이 풍부해진다고 하는데 실제는 감정이 풍부해지는 게 아니고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합니다.
뜬금없는 센티한 소리일 수 있겠지만 그게 감정에 따른 것이 아니란 것에 위안을 삼고 오늘 제가 느끼고 짚이는 것이 조금 더 겸손과 온유함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운전에도 여유를 가지게 되고 목소리 톤도 조금 더 낮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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