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7-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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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단상(短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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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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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나 이틀, 혹은 한 달 두 달 산다는 게 즐겁고 행복하고 재밌을 때가 있지만 일 년 365일 내내 그렇게 지낼 수는 없습니다.
결혼을 앞둔 신랑·신부는 들뜬 마음에 하루가 눈 깜짝할 새이고 결혼을 준비해 나가는 하나하나가 다 재미고 즐거움이겠지만 하루가 천 년처럼 느껴지는 이들도 있습니다.
아내가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 기간에 형도 확진이 되어 어머님을 돌봐 드릴 수 없어 제가 모셔왔습니다. 몇 년 전 고관절 수술 이후 두 번째 우리 집 나들이인 셈인데 하루는 발코니에 우두커니 서서 창밖을 내다보는 모습에 마음이 짠하여 의자를 하나 갖다 드리면 앉아 보시라 했더니 무려 두 시간 가까이 지나는 차들과 사람들, 풍경을 보고 계셨습니다. 하루가 시작되었건만 당신이 할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어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 어머님께 어떤 즐거움과 기쁨, 재미와 흥미가 있을까를 물어본들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할 건 뻔한 일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 저 자신에게 난 어떤 재미, 무슨 즐거움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쉽게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삶이 우울하거나 버겁거나 고통스러운 상황도 아닙니다. 다만 특별나게 재밌다, 즐겁다, 신난다, 행복하단 느낌이 없을 뿐입니다.
목사로 주의 일을 하는 사람이 무슨 믿음 없는 소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느낌과 감정과 믿음은 하나가 아니기에 단정하여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예준이와도 비슷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아마 많은 분이 저와 같은 느낌,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도 저를 비롯해 모든 이가 여전히 새로 시작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건 삶이란 즐거움과 기쁨, 행복과 신남이 아닌 그저 주어진 하루를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필리핀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창 아래 펼쳐진 오밀조밀한 집들을 보면서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면 다 짓눌려져 납작해질 터인데 저 집, 저 땅을 조금이라도 더 넓히기 위해 무던 애쓴다는 생각에 하늘에서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사람들만 혼자 전전긍긍 자기 속 긁어가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하늘 위에 있는 천사들도 땅 위에 사는 이들을 보며 “재들은 왜 저 별거 아닌 걸 갖고 저렇게 치고받고 싸우며 살까?” 서로에게 말하지 않을까 혼자만의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내려 입국장을 향해 걸어가던 도중 방호복을 입은 이가 입국 QR 코드가 있느냐고 물었고 없다고 대답하자 저 한쪽으로 가서 작성하라는 말에 안내문에 써진 대로 접속하여 작성하던 도중 뭔가를 잘못 눌렀는지 그만 작성한 모든 게 다 사라지고 다시 작성하기를 두어 번, 속으로는 왜 이런 걸 미리 안 알려줘서 이렇게 시간을 지체케 하는지, 그렇지 않아도 대화역에서 인천공항 가는 버스를 놓쳐 30분을 꼬박 기다리고 탔고 지금도 빨리 나가야 대화역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시간인데 여기서 미적거리다 또 놓치면 또 3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은 급한데 QR코드 작성마저 속을 썩이니 이래저래 속이 부글거리며 끓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입국장에서 나가 보니 방금 버스는 떠났고 다음 버스가 오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앞에 한 사람을 두고 혼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조금 전까지 뭐라도 된 양 세상 별거 아니라고 여기던 이가 그 버스 하나 놓쳐 씩씩거리는 걸 생각하니 웃음이 픽하니 나왔습니다.
“아~ 삶이란 이런 거구나” 버스를 놓쳐 기다리는 것도 삶이고 그사이 지나는 버스, 입국하는 아이돌을 따라다니며 소리 지르는 팬들도 보아가며, 내 뒤로 서서 기다리는 이들을 보며 그래도 내가 앞이라는 혼자만의 만족감도 느끼고, 버스가 어디쯤 오는지 전광판도 보면서, 기쁨도 즐거움도 신남도 아니지만 그렇게 주어진 시간을 담담히 보내는 것이 삶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이 별거겠습니까, 살아가는 게 삶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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