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4-10 07:52
|
설교의 무게
|
 |
|
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24
|
누구에게나 다 소싯적이 있고 장성하고 성장한 후에 소싯적 일을 생각해보면 부끄럽고, 유치해서 헛웃음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때 왜 그랬었나, 그것밖에 안 됐었나 등등 있었던 일들을 후회합니다. 그런데 다시 소싯적 때로 돌아간다 해도 또 똑같은 일을 반복할 것은 분명합니다.
언젠가 지금 이대로의 마음, 생각, 수준을 가지고 옛날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언뜻 생각하기엔 정말 좋을 것 같으나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전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성숙한 모습과 반응을 보일는지 몰라도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교활하고 잔재주와 잔머리만 굴리는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미래입니다. 과거의 잘못과 실수에 대한 후회와 반성은 미래의 성장 자양분으로 남겠지만 자칫 두려움으로도 남을 수 있습니다.
이만큼에서 과거를 돌아보니 잘못과 실수가 한가득입니다. 그동안 유치하고 이기적이고 이익만을 따른 것 같습니다. 더 나은 보장을 위해, 더 높은 곳을 향해, 더 많은 걸 갖고 쥐기 위해 머리를 쓰고 계획을 세우고 때로는 사람도 이용하려 하였습니다. 살아온 모든 시간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지나고 보니 그런 때가 많았던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편 부끄럽고 한편 그런 저 자신이 어리석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두려움이 앞섭니다. 그렇게 가볍게 살아온 저를 보며 현재와 미래가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쩌다 과거에 했던 설교원고를 볼 때가 있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설교원고 대부분을 그대로 남겨 두어 지금도 간혹 지난 설교원고를 볼 때가 있는데 지금 읽어보면 얼마나 유치한지, 이걸 설교라고 했나 싶을 만큼의 민망함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과거의 어리고 미숙하고 유치한 자신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두려움이 더 크게 느껴만 집니다.
지금도 주일마다 설교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설교를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붙고 능숙하고 원숙한 모습과 태도가 생겨야 하는데 어찌 된 것인지 요즘은 하면 할수록 설교가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본문에 대한 분석, 해석, 묵상, 표현이 유치하고 부족했다면 이제는 설교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커집니다.
얼마 전 아내에게 갈수록 설교가 어려워진다고 하였는데 말 그대로 어려움입니다. 아니 어쩌면 버거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설교를 가볍게 생각했던 것부터 자신감을 가졌던 것, 나만의 설교 방식에 대한 자부심까지 치기 어린 모든 모습과 태도가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가볍게 생각했던 설교가 오뉴월 대나무 자라듯 죽죽 커가더니 이제는 제가 감당하기 버거운 만큼이 되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씀드리면 설교 자체가 버거운 것이 아니라 설교가 가지는 무게감이 버거워진 것입니다. 설교는 사람의 말도 논리도 주장도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풀어 전하는 것이고 하나님 말씀은 사람의 영혼을 위한 것이니 그 무게가 실로 태산과 같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설교의 무게감이 느껴진 후부터 설교 자체의 무게만이 아니라 설교를 위한 본문 정하기, 분석, 해석, 묵상, 원고준비, 설교하기까지 모든 것이 함께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그래도 오늘 또 다시 그 설교의 무게를 안아야 합니다. 목사에게 설교는 전부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