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12-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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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들지 못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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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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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들다’, ‘사리를 분별하여 판단할 줄 알게 되다’는 뜻입니다. 한 마디로 구별이며 분별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점점 더 철이 들어 간다는 말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철이 들어가야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분별력과 판단력이 분명해져야 합니다. 그게 인생이고 나이를 먹음의 유익이고 특권입니다.
저 역시 나이를 먹고 있고 당연히 그만큼 철이 들어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어느 한 부분만이 아닙니다. 모든 영역, 모든 부분에서 여전히 철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 더더욱 철 들지 못한 영역이 있으니 성도들과 관련한 영역으로 철 들지 못해, 어떻게 해야 할지 분별하지 못하고 분별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목사이기에 성도들을 바르게 인도하고 인도해 나가야 할 책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때론 이 책무와 책임을 감당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목사이니 당연히, 마땅히 감당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목사 직무 자체를 방기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목사로 마땅히 해야 할 어떤 일을 머뭇거리며 망설이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건 성도들에게 목사로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어떤 조언, 충고, 권면을 해주고 싶은데 그럴 경우 혹 상처를 받을까, 입을까, 의기소침해져서 의욕을 잃고 시험에 들까, 목사로서 마땅히 하고 해주어야 할 말을 못하고 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분에게는 성도의 직무로서 헌금에 대해 권면해주어야 하나 그럴 경우 “돈 얘기 한다”고 할까 봐, 어떤 분에게는 성도의 도리로 예배와 수고에 대해 조언해주어야 하나 그 말로 인해 상처 입고 시험에 들까봐, 어떤 분에게는 용서와 화해, 섬김과 나눔에 대해 강조하고 싶어도 자칫 오해를 하고 나아가 믿음 자체에서 떠날까봐 말하지 못하고 넘어갈 때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냥 망설임이 아니라 말을 해주어야 할지 말지, 조언하고 권면하고 충고해 주는 것이 그 사람에게 맞는지 아닌지를, 또한 지금 그렇게 말해주고 권면하는 것이 시기에 맞는 것인지를 아닌지, 그런 충고가 그 사람에게 적절한지 아닌지를 분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어느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입을 열어 상처를 주고 시험에 들게 도 하는데 그것 역시 철 들지 못한 결과입니다. 이래저래 철 들지 못한 결과입니다.
철 들지 못함의 다른 말은 지혜가 없음입니다. 지혜는 분별이요 구별이며 바른 판단입니다. 그런 지혜가 없으니 분별하지 못하고 경우에 합당하지 않은 말을 하여 일을 그르치기도 하고 망치기도 하는데 가만히 저를 보면 제가 그런 사람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요즘 기도하면서, 묵상하면서 마음에 떠오르는 것 하나는 목사의 직무를 감당해야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 기도하고 묵상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언제부터인가 그 영역에서 목사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부담감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 갔고 그 부담감이 무의식 가운데서 의식세계에 영향을 끼친 것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걸 염두에 두고 한 기도와 묵상은 아닙니다. 그저 주를 향해 죄스러움과 송구함을 보시고 주신 은혜일 수 있습니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목사의 직무로 성도 각 개인들에게 필요하고 합당한 권면과 충고와 조언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새해부터 조금씩이나마 이런 직무를 하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성도님들은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시험에 들지도 마시고 은혜로 잘 받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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