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12-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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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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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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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사람마다 년 수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은 30년을 주기로 확 달라지게 늙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30살, 60살... 이런 주기로 갑자기 더 늙어 보인다는 말입니다. 그게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저를 보면 어느 정도 맞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사한 곳이 16층이라 하루 한 번 외출했다 들어갈 때마다 계단을 걸어 올라갑니다. 첫날, 올라가는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았지만 13층 즈음부터 다리가 무거워지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고 계단 하나하나 발 옮기기가 벅찼습니다. 그래도 16층까지 이를 악물고 올라갔습니다.
오래만에 해서인지, 아니면 정말 올해가 딱 60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힘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며칠 하다 보니 첫날보다는 다리가 덜 무겁게 느껴집니다.
오르다 보니 층마다 모습이 다릅니다. 어떤 층은 아무것도 내놓은 것이 없어 텅 빈 공간 같은 층이 있는가 하면 어느 층은 무엇인지 모르는 물건을 계단에 내놓기도 하였고 어느 층은 다 낡고 헤어진 사각 의자 하나로 문이 닫히지 않도록 막아 놓은 층도 있고 어느 층은 물건을 쌓아 둔 곳도 있습니다. 어느 층에서는 새벽 배송으로 문 앞에 무언가 배달된 집도 있고 어느 층에서는 신문이 배달돼 있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수직으로 같은 공간 안에 살면서 사는 모습이 참 다양하다 싶습니다. 층마다 사는 거주하는 인원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성별 비가 다를 겁니다. 그래도 그렇게 한 공간 안에 거주한다는 것이 새삼 놀랍기도 하고 재밌기도 합니다.
나이가 드니 그렇지 않을 때 느끼지 못하던 것들이 느껴지고 생각도 않던 것들이 생각나고 말과 행동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좋게는 익어가는 것이요 부정적으로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일 수도 있습니다.
층이 높은 남향이어서인지 온종일 해가 거실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반쪽이지만 차들이 지나는 도로도 보이고 다 거둬들여 텅 빈 논도 보이고 멀리 자유로 가로등도 보이고 가물거리며 한강 물줄기도 보입니다. 이사하면서 가장 맘에 든 곳인데 그것도 한두 번, 벌써 어느 날은 아예 눈조차 두지 않고 지날 때도 있습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나이 들었다 말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인지 정말 나이 듦이 피부에 와 닿지는 않지만 분명한 건 몸과 마음이 그렇게 맞춰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천국에 가면 모두 다 예수님처럼 33살의 나이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천국에 가본 적이 없으니 그런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면서도 한 편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 아닌 기대를 가져봅니다.
한편 천국에서는 나이와 상관없는 시간이요 삶이니 많으면 많은 데로 적으면 적은 대로 다 즐겁고 기쁜 날의 연속일 터인즉 상관없을 것 같으나 그래도 더 젊음으로 영원히 지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합니다.
성경에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하였습니다. (잠 16:31) 다만 그냥 영화를 얻는 것은 아니고 공의를 행할 때 얻게 된다 하였습니다. 나이 들어 백발이 아닌 공의와 정의 편에 서서 지내다 영화의 면류관을 받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그런데 염색도 하지 않는데 아직도 백발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조금 더 많이, 그리고 더 열심히 공의와 정의의 길을 걸으라는 말씀인 듯싶습니다. 이만큼 되어도 아직도 부족하다는 말씀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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