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11-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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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희 집사님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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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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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자리는 몰라도 빈자리는 느껴진다고 하던데 소은희 집사님이 그런 분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성도님과 관련한 장례를 여러 차례 지나면서 그때마다 느끼는 점이 다르고 떠오르는 생각이 다른데 소은희 집사님이 그런 분인 것 같습니다.
처음 소집사님을 대한 것이 대화동 교회에서이니 알고 지낸 것이 벌써 20년이 넘습니다. 당시는 부목사이고 직접 성인 성도님들과 접촉할 기회가 없어 인사만 나누고 지내다 담임목사로 부임한 이후 목사와 성도로 본격적인 교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제 기억 속의 소집사님은 늘 배시시 웃는 모습의 말 없는 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한마디도 않는 분도 아니고 일단 함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 누구하고도 조근 조근 잘 나누는 그런 분입니다.
그런 소집사님이 지난 화요일 늦은 밤,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소집사님과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자리가 어느 성도님 문상을 지방으로 다녀오면서였습니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동행하여 다녀오면서 잠시 휴게소에 들렀을 때 제 앞에 앉아 커피를 나눠 마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남아 있습니다. 그때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제게 그런 마지막 기억이라도 남겨 두고 가셔서 그나마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덜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세 주 전 즈음 소집사님의 부군이신 박경록 집사님이 전화하셔서 소집사님이 심방을 받고 싶다고 하셨을 때 얼마나 좋았던지, 두말하지 않고 주일 예배를 마친 후 바로 달려갔습니다.
가는 차 안에서 얼굴 보더라도 울지 말아야지, 눈물 보이지 말아야지 속으로 다짐하며 갔는데 집에 들어서 얼굴을 보는 순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 보여 너무도 반갑고 고마운 나머지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예배 전, 예배 후 간간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도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어 그 또한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한편 심방을 마치고 집에서 나오면서 마음 한구석엔 혹시 회광반조 (해가 지기 직전에 일시적으로 햇살이 강하게 비추어 하늘이 잠시동안 밝아지는 자연 현상. 죽음 직전에 이른 사람이 잠시동안 정신이 맑아지고 왕성한 기운을 되찾는 현상)가 아닐까 저윽이 걱정이 되었으나 아내에게조차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며칠이 지나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병원 응급실에 갔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그 생각이 떠올라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모르기에 그저 긍휼히 여겨주심을 바라며 계속 “합의(合意)하시오면 살려주소서, 조금 더 연장하여 주소서, 히스기야와 같은 은혜를 주옵소서” 기도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지난 수요일 아침, 소집사님의 소천 소식을 들었습니다. 전화를 끊은 아내는 침대에 엎드려 대성통곡을 하였고 저 역시도 마음이 몹시 힘들었습니다. 소집사님과 관련하여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이 있었으나 그래도, 혹 잘못 짚었겠거니 우기고 싶었고 나아가 짐짓 모른 체하며 떼를 쓰면서 기도해 왔는데 부르심 소식에 힘이 풀렸습니다.
코로나가 한참인데다 면역력도 떨어져 있을 것 같아 혹 감염될까, 심방도 못 가고 혹 힘들어할까 문자도 전화도 못 하고 기도만 한 것이 못내 미안하고 아쉽고 죄송하기만 하였습니다.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왜?”라는 기도가 나오고 식사 기도나 밤 기도 시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소집사님 고쳐주소서.” 기도가 먼저 나오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 기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더 마음이 아픕니다. 아픈 상처를 싸매시고 마음을 치유하시는 주님의 손길이 가족들과 교우들에게 가득하시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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