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11-07 10:15
|
교회설립 26주년을 바라보며
|
 |
|
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31
|
오늘은 교회설립 26주년 기념 주일입니다. 1994년 10월 서울 압구정 영신 회관 지하 2층에서 첫 모임을 가진 후 1995년 7월에 일산으로 이동하여 11월 4일 설립 예배를 드리므로 세상에 바울의 교회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 후 26년이 지나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처음 교회가 자리잡은 곳은 그야말로 섬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일산의 베버리 힐스라는 마두동에 자리 잡았지만, 그 동네에서 교회에 나온 이는 이제껏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교회가 시작될 때만 해도 모두가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명망 있는 목사님, 저력 있는 교인들, 아주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쓸 만큼의 재정, 뒤를 바쳐줄 다수의 부교역자들까지, 이제 막 시작하는 교회가 이 정도면 다른 교회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였고 그런 마음은 금방 300명, 500면, 천 명을 넘어설 것 같은 기대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생각은 다르셨던 것 같습니다. 근 3년이 지났지만, 동네에서는 여전히 단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고 기대만큼 교회가 성장하지도 않았습니다. 목사님 소식을 듣고 찾아오는 교인들은 있었지만, 등록한다거나 출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했고 그 와중에 3년이 지날 무렵 대화동으로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대화동으로 이전하기 전 땅 밟기의 심정으로 주일 오후 예배가 끝나면 전 교인이 마두동에서 대화동 교회부지까지 걸어가기를 몇 번, 그렇게 대화동으로 이전하면서 또 한 번 폭발적 부흥의 꿈을 꾸었으나 역시 기대한 만큼 부흥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2006년 가좌동 끝자락으로 이전하기 전 담임목사님의 사임 등 어려운 일들을 지나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교회는 사람의 생각과 계획대로 진행되지도 성장하지도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잠언의 말씀처럼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그럴 준비가 되고 역량을 집중한다고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허락하고 인도하시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사람의 교회가 아닌 하나님의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개척하는 동안에도, 담임으로 부임하여 목회하는 동안에도 그건 여전히 변하지 않는 진리였습니다. 그래도 간간이 혹하는 마음으로 계획하고 움직여 봐도 여전히 한 걸음조차도 맘대로 나아갈 수 없었고 꿈적도 하지 않는 건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머리로는 알고 동의하고 있지만 가슴은 늘 다른 것을 품고 눈은 다른 곳을 향해 있으니 교회의 주인이신 주님과 엇박자가 날수밖에 없습니다.
머리의 그 동의가 가슴으로 내려오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주님의 손에 맡기기로 하였습니다. 옛날 광야의 이스라엘이 회막에서 구름기둥, 불기둥이 떠오르면 짐을 꾸려 이동하고 떠오르지 않으면 일 년이든 이년이든 그 자리에서 머물며 인도를 기다렸던 것 같은 그런 마음입니다.
한 편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이래도 되나, 이렇게 있어도 괜찮을까 두려움 반, 조바심 반일 때도 있으나 해도 안 되는 건 능력 부족이라 여겨 종종걸음치지 않고 맡기자는 심정으로 머물러 왔습니다. 목사가 이럴진대 이를 지켜보고 기다려주고 있는 성도님들 마음은 어떠할까 생각도 됩니다.
그래도 하나님의 인도와 이끄심에 대한 기대는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혹 은혜를 베푸시면, 혹 다른 계획으로 인도하신다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고개 들어 주를 봅니다. 응답하시는 이도 하나님이시오. 침묵하시는 이도 하나님이시니 하나님의 손끝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