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10-3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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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 (秋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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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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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 국회의원까지 지낸 최희준 원로가수의 대표곡인 ‘하숙생’의 노래 가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세월이 화살’이라는 어르신들의 말을 귀 넘어 들으면서 무심히 지냈는데 이제 와 돌아보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아직도 기억 속에는 아내와의 첫 데이트가 선명한데 어느새 60줄에 들어서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나이 되어 무엇 하나 내보일만한 것을 이룬 것도 없고 자랑할 것도, 쌓아 둔 것도 없는, 정말 하숙생 노래 가사처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이 되어 빈손으로 가는 그런 형편입니다.
그동안 한다고 했지만 100% 순수한 헌신과 부르심을 따라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무익한 종의 묵묵한 수고가 아닌, 다분히 불순물과 찌끼가 섞여 흔들면 온통 뿌연 색이 되는 그런 물통과 같은 몸과 마음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100% 다 그런 마음이었다고도 할 수 없지만, 일정 부분 섞여 있는 건 사실입니다.
이때쯤 와서 보니 ‘만물의 피곤함’(전 1:8)이란 말이 무슨 말인지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 마음에 와닿기도 하고 몸으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이런 마음, 이런 생각으로 남은 것이 있다면, 주님과의 돈독함입니다. 모세와 같이 하나님의 전격적인 부르심과 맡기심이라면 모르겠거니와 지금 이만큼 되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없고, 시작해서도 안 됩니다. 하나님의 허락과 부르심이 없는 몸부림은 오히려 하지 않음이 하나님께 순종하는 길입니다. 다만 말씀드림 같이 남은 것이 있다면 주님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주변의 사람들을 바꾸려 하지 말고 너 자신을 바꾸라는 말이 있듯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말 큰일은 나 자신을 바꾸고 새롭게 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과 주변의 사람들을 바꿔놔도 나를 바꾸지 않아 그대로라면 바꾼 모든 것들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다 보니 벌써 낙엽이 바람에 굴러다니는 것이 보입니다. 한때 찬란했던 푸르름과 싱싱함은 사라지고 푸석해지고 가벼워져 작은 바람에도 이리저리 쓸려 다니듯 인생도 그럴진대 찬란함을 자랑할 것도 싱싱함을 뽐낼 것도 아닙니다. 시간의 문제일뿐입니다.
오래 묵어 잘 익어가는 것과 썩는 것은 다릅니다. 닳아서 없어지는 것과 녹슬어 없어지는 것도 다릅니다. 원형이 바뀌는 것과 사라지고 없어지는 것은 다를 바 없지만, 유익이라는 면에서 보면 천양지차입니다.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의 시구처럼 온몸 사르고 밖에 버려져 밟힐지언정 한순간이라도 유익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하나님께는 아브라함같이 친구같이 함께 걷는 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였는데 그래서인지 가을만 되면 내게 남은 가을의 수를 생각해 보기도 하고 발걸음 스쳐 지나는 논의 벼를 보면서 나는 얼마나 익었나를 생각해 보고 하늘 나르는 기러기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 하늘 나팔소리 들릴 때 저렇게 하늘을 날겠지 하며 짐짓 성자가 된 것 같은 무게를 잡아 봅니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괜한 넋두리를 해봅니다. 다들 환절기에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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