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9-26 08:25
|
간단함의 끝
|
 |
|
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15
|
왠지 모르게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단순한 게, 심플한 게 좋아집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복잡한 게 싫고 자신 없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단순하고 간단한 게 좋아지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런 간단함에 대한 마음은 생활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옷도 이 옷 저 옷 돌려가며 입었는데 요즘엔 그저 몸에 편하고 쉽게 걸쳐 입을 수 있는 몇 벌로 한 계절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꺼내놓기는 하였으나 한 번도 입지 않고 지나는 옷들이 태반입니다. 우선 다림질하기가 귀찮습니다. 와이셔츠처럼 다리지 않으면 안 되는 옷들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굳이 다리지 않고도 입을 옷이 있기에 다려서 입을 옷까지는 손이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간단하면서도 막 입을 수 있되 그렇다고 이상하지도 않은 편안한 옷을 더 선호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그런 옷 위주로 사게 되고 (그것도 한두 벌 정도) 그러다 보니 안 입는 옷은 점점 더 안 입게 되는 이상한 순환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어제 아내도 옷장을 열면서 이번 여름에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정리해야겠다는 혼잣말을 들으면서 저 역시도 마찬가지 마음입니다. 그렇다고 멀쩡한 옷을 굳이 내버릴 건 아니지만 그 가운데 혹 정리할 옷이 있는지 확인하고 정리함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옷만 그런 게 아니고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번 말씀드렸지만, 시간이 갈수록 구입하는 책의 분야와 영역이 거의 정해지다시피 하고 그러다 보니 다른 일반 책들에 대해서는 별로 눈이 가지 않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어느 날 정신을 차려 보니 그렇지 않은 책들까지 무더기로 쌓아놓은 것을 보고는 역시 “내가 미쳤었는가 보다”는 자조적인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읽느라고 읽고 있지만, 여전히 다 읽지 못하고 그냥 방치된 채로 책들이 쌓여 있는 걸 보면서 다시 한번 더 정신을 가다듬게 되었고 서서히 하나둘씩 읽지 않을 책들과 이미 읽은 책이라도 더 이상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는 책들 위주로 빼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주석들까지 빼낼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미 대상까지도 정해두었습니다. 또한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구독하고 있는 기독교 잡지도 이번 구독 기간이 끝나면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정리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해서 빼낸다 한들 이미 오래된 책들이기에 별 값은 받을 수 없겠지만 그냥 버리는 한이 있어도 더 가지고 있을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이 무엇보다 크기는 하지만 아침에 교회에 출근하여 저녁에 집으로 퇴근하는 게 일과의 전부입니다. 간혹 볼일이 있어 외부로 외출할 때도 있으나 그때에도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일을 마치고 돌아오려 하고 특히 식사는 정말 어쩔 수 없거나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교회나 집에 와서 먹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생활이 재미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별로 들지 않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어쩌면 그런 삶이 정상적인 삶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한가지 바라는 것은 이 단순함의 끝이 하나님께로 모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하루 몇 번 시간을 정해서 기도하고 매일 아침 성경을 펴서 읽으며 묵상하고 관련된 책을 읽고, 하루를 지내며 하나님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그러면서 점점 더 하나님께로 가까이 가고 싶은, 그저 그렇게 지내는 하루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