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6-0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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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자나무 이야기 - 2009.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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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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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자나무 이야기 -
십여 년 전 생일 날 어느 여 전도사님으로부터 생일 축하 선물로 조그만 치자나무 한그루를 선물 받았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서울에서만 자란지라 나무며 풀이름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저는 처음으로 치자나무란 이름을 들었습니다.
당연히 치자가 어떤 나무이며 어떻게 생겼는지, 꽃은 무슨 색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저 선물로 준 것이기에 집에 가져가 햇볕 잘 드는 곳에 두고 때 되면 물주고 추울 것 같으면 안으로 들여 놓고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주인의 무심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음 해 5월 쯤 조그맣지만 하얀 색 꽃이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조그만 나무에서 꽃이 피는 것도 신기하였지만 그 향기가 가히 일품이었습니다.
그러기를 십여 년, 해마다 하얀 꽃을 피우고 향을 선물하면서 치자나무는 제 마음 속에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치자나무는 점점 더 자라갔고 그때마다 조그만 화분은 점점 더 작아져만 보였습니다. 어느 날부터 인가 치자나무는 더 이상 자라지를 않는 듯 보였고 오히려 점차 시들어 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던 중 이사를 하게 되었고 마침 이사한 집에 먼저 살던 분이 두고 간 빈 화분이 있어 분갈이 할 줄도 모르면서 무작정 큰 화분으로 옮겨 심고 물주고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이런 마음이 통해서인지 치자나무는 그 이후 잘 자라주었고 역시 매년 하얀 꽃과 향기로 제 마음을 기쁘게 하여 주었습니다.
바울의 교회로 오면서 교회와 집에 있던 나무 몇 그루를 가지고 왔습니다. 당연히 그 안에 치자나무가 있는 것은 말 할 것 없고요. 그런데 환경이 바뀌어서인지 작년에는 그만 치자나무가 꽃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하얀 꽃과 향을 기다린 만큼 허탈하였지만 나무가 피우지 않는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겉으로는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섭섭함도 있었습니다.
북 카페에서 다른 나무들과 함께 섞여 있는 치자나무에게 오며 가며 눈인사하고 간혹 물도 주면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잎사귀들이 급격하게 누렇게 변해갔습니다. 처음에는 하나 둘 시작하더니 그냥 놔두면 온 잎이 누렇게 될 정도였습니다. 지켜보다 추위가 가셨다고 생각 되는 어느 날 치자나무를 들어 교회 화단에 내 두었습니다. 그리고는 출근 할 때마다 살펴보았습니다. 햇빛을 받아서인지 밖으로 나온 이후 누렇던 잎들은 점차 다시 초록으로 변하기 시작하였고 어느 날 부터인가는 잎사귀 끝에 조그맣게 꽃망울이 잡히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얼마 전 그 가운데 하나가 하얀 꽃을 피웠습니다. 향기 역시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걸 바라보는 제 마음이 얼마나 기쁘던지 마치 죽었다고 생각되었던 나무가 다시 살아난 것 같았습니다. 비록 얼마 피어 있지 못하고 꽃이 시들었지만 다른 꽃망울이 여전히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기에 그 기쁨을 계속해서 누릴 것 같습니다.
치자나무를 보며 혼자 생각하였습니다. 난이며 치자나무는 누군가가 향수를 뿌려 준 것도 아니고 나무 자체에 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저런 기가 막힌 향을 낼 수 있을까? 아직도 제게는 신비입니다. 그러나 그 비밀을 죽을 때까지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해마다 그 향기를 맡는 것으로 족하니까요. 올해도 치자나무의 향기를 맡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치자나무! 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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