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4-0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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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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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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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의 첫 소절입니다.
이상화 시인의 대표적 저항시로 식민지 치하에서 민족의 암담한 현실적 비애와 그러한 현실에서 오는 슬픔과 무기력을 극복하려는 마음으로 지은 시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는 다른 나라의 식민 통치를 받는 것도 아닌데 온통 들을 빼앗긴 듯합니다. 다름 아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입니다. 봄은 오고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오는 봄을 마음껏 맞이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분명 겨울은 가고 봄은 오고 있고 그걸 앞다퉈 알리려는 듯 아파트 담장의 개나리와 길가의 벚꽃, 그리고 홀로 우뚝 서 있는 목련은 뒤질세라 색을 입히고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금요일 저녁 10시쯤 HDBS의 강의를 마치고 교회 문을 나서는데 훅하면서 따뜻한 바람이 얼굴과 품속으로 몰려왔습니다. 순간 정말 겨울이 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아직도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겨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여파로 산과 들과 마음에는 봄은 오고 봄바람이 불고 있지만, 그 봄도, 봄바람도 마음껏 누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빼앗긴 들이요 봄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곳곳마다 그토록 입장을 제한하고 출입금지라는 현수막까지 걸어 놔도 그 아래로 유유히 봄을 느끼려는 상춘객들의 발걸음은 하염없이 지나고 있고 심지어는 거리두기 실종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요즘 같은 때에’ 하는 마음으로 철없다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갇혀 지내느라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럴까 하는 맘도 들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다니는 분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언제나 예전처럼 오는 봄을 만끽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고 이미 상당수 접종을 진행한 영국 같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삼삼오오 공원에 모여 있는 것을 보아 머지않아 우리도 그렇게 마스크를 벗고 마음 놓고 다닐 때가 오지 않을까, 혼자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또 다른 감염병이 생기는 건 아닐까, 혼자 염려가 됩니다. 누구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측하지 못함 같이 제2, 제3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고 그러면 세상은 또 봄도 들도 빼앗기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지만 그 또한 알 수 없는 일인지라 금요일 고난주간 특별 새벽기도시간에 말씀드렸듯 그저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만을 구할 따름입니다.
이상화 시인은 그의 시 마지막 소절에서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다’라고 하였는데 들이 그대로이듯 봄도 그대로 남아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우리네 마음을 활짝 펴게 해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우리 주님이 사망 권세의 어둠을 깨뜨리고 부활이라는 새 빛을 밝히신 날입니다. 부활의 그 능력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어둠을 거둬내고 굳어진 몸도 마음도, 닫혔던 세상도 주님의 환한 빛으로 가득 채워지는 소망을 그려봅니다.
며칠 더 지나 본격적인 봄이 되면 마음에 쌓였던 먼지 툭툭 떨어내고 심학산이라도 올라야 할 것 같습니다. 산 위에 올라 멀리 한강도 바라보고 북쪽도 바라보면서 짧은 시간일지언정 잠시나마 마스크를 벗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상관없는 호흡의 자유를 마음껏 누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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