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2-2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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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어내고 빼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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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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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지난 목요일 목회자DBS (목회자 성경공부) 조별 나눔 시간에 인도하시는 분이 제게 한 질문입니다.
“뭐 딱히 할 것 없이 집-교회, 교회-집 왕복이고 그 외 특별한 일이 없네요”라고 대답했지만 대답하면서도 마음 한 편이 뭔가 개운하지 않은, 뭔가 아쉬운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대답하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 집-교회, 교회-집 왕복이 거의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간혹 병원 진료를 다녀오는 것과 무얼 사기 위해 마트나 문구점 정도를 들르는 것과 명절 날 처가를 잠시 다녀온 것 외에는 근래 다른 곳을 다녀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는 저만이 아니라 대부분 다른 분들 역시 거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게 질문을 하셨던 그 목사님 역시 하루 종일 거의 집안에만 머문다고 합니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아예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는 때입니다. 이 모든 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생겨난 모습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외출을 하겠다고 하면 마음 한 편에 염려가 먼저 자리를 잡습니다. 소나기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말이 있듯 코로나라는 소나기가 퍼부을 때는 피하는 게 피차간에 도리인 듯합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당위성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편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니 그동안 우리들 삶이 얼마나 이것저것과 연결되어 늘어져 있는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집콕하는 시간이 늘어나도 개인적으로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동안 다니고 만나고 먹으려 한 일들이 실제의 삶에서 빠졌다 해도 생과 삶을 이어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새삼스러웠습니다. 물론 그만큼 삶의 질이 낮아지기는 하였겠지만 그럼에도 생존을 넘어 자연스런 삶을 이어가는 데는 별 어려움이나 큰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미니멀라이프(최소화)와 심플라이프(간단화)를 한다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러고 보니 돌아보면 너무 많은 것들을 갖고, 쌓아 두고 살았음이 눈에 보였습니다. 일 년 내내 한 번도 꺼내보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태반이고 굳이 없어도 되는 것들을 늘어놓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나이가 들수록 간단한 게 좋아집니다. 바지와 니트가 여러 벌이어도 입는 것만 입게 되고 요즘은 겨울이라서인지 시계도 거의 차지 않고 있고 책 구입도 꼭 필요한 것만, 지금 제가 관심 두고 있는 분야의 책만 골라 구입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간단히, 가볍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져갑니다. 언젠간 어느 목사님 댁 거실을 사진으로 본적이 있는데 대교회 담임목사 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거실이 텅 비어있음을 보았습니다. 워낙 특이한 분이라 그렇겠거니 하기에는 뭔가 가슴에 남습니다.
지금도 제 주변에서 조금씩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더 많이 덜어내고 빼내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 가벼워야 떠나기 좋다고 하였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마음에 와 닿습니다. 요즘 책상 주변을 정리하고 나니 보기에도 좋고 마음도 편안해지고 손 내밀어 책 한 권 꺼내기도 쉽게 할 수 있어 좋습니다.
가볍게, 간단히 사는 것이 마음 한 편에는 허전해 보여도 괜찮은 삶입니다. 봄이 오면 조금 더 과감하게, 망설이지 말고, 아낌없이 덜어내고 빼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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