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1-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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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 반드시 그런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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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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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다는 뜻입니다. 중국 사기에 나오는 말로 한나라의 세운 유방이 제후이며 공신이었던 한신에게 자신은 얼마의 군대를 거느릴 수 있냐 물었고 10만이라고 대답하자 그러면 그대는 어떠냐는 질문에 다다익선-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대답한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사실인 듯합니다. 잘못 쓰이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돈이 많음이 적음보다 훨씬 더 낫고 지식 또한 많음이 더 나으며 능력 또한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중 하나가 자료입니다. 저는 아무래도 설교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본문에 대한 많은 자료들이 필요합니다. 주석에서부터 모든 장르(?)를 망라하여 많으면 많을수록 더 풍성한 것을 얻을 수 있음을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당연히 제게는 성경에 대한 더 많은 자료를 모으는 것이 한 편으론 설교자로서 의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개인의 만족이며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그래야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안정감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쯤해서 지나온 날들과 지금 살고 있는 형편을 생각해 보면 반드시 다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오히려 다다익선이 불편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손목시계이다 보니 그동안 모은 것이 몇 개 됩니다. 많으면 돌려가며 찰 것이고 그러면 실증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의 한 장면이 일본이 물러가면서 북한에는 소련군이 진주했고 그때 소련군들이 양쪽 팔목까지 손목시계를 가득 차고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실제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리 손목시계가 많다 해도 그 소련군처럼 그렇게 다 차고 다닐 수는 없습니다. 기껏해야 번갈아 차는 것인데 그것도 나중에는 차는 것만 주로 차게 됩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휴대폰에 시계가 들어있는 시대에는 손목시계의 효능이 예전만 못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손목시계에 대한 흥미를 거의 잃었고 휴대폰과 연동되는 스마트시계가 대세임에도 아직까지 구입할 의사가 없습니다.
옷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스웨터가 열 벌이라고 하면 하루 한 벌씩 돌려가며 입을 것 같은데 생각과는 다르게 입는 옷만 계속 돌려가며 입게 됩니다. 특별히 나이를 먹을수록 간편하면서도 익숙한 옷만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 어느 때는 한 번도 입지 않고 꺼낸 보관함으로 다시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료인 도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동안 경험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료들이 있고 펴보아도 별 소득이 없는 책들에 대한 경험이 쌓이다 보니 주로 펼쳐보는 책들이 정해져 있고 역시 일 년 내 단 한 번도 손대지 않고 하염없이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남게 된 것들은 이후 그저 쌓이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이미 사용하던 것들이니 남들에게 주기도 뭣합니다. 누군가 그거라도 가져가겠다면 기꺼이 나눌 용의도 있지만 누가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없기에 그것도 말이나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버리는 것이 상수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멀쩡한 것을 버리기도 그렇고 남들이 요구하지도 않는데 먼저 주겠다 하기도 그렇고 이렇게 처리하지 못하고 쌓여진 것들은 한 마디로 처치 곤란으로 남습니다. 요즘 새삼스럽게 가볍게, 단출하게 산다는 것이 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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