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9-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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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한 영적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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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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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한참이던 지난 봄, 새싹이 돋고 부는 바람에 한기가 담겨 있지 않음과 멀리서 흐늘거리는 아지랑이가 오르는 들을 보면서 코로나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고 SNS에 올렸었는데 그 후 봄은 무심히 지나갔고 때 아닌 긴 장마로 사상 최대의 폭염이 될 거라는 전망을 부끄럽게 하였던 여름도 하이선이란 태풍과 함께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 버린 지금, 또 다시 코로나와 긴 장마, 태풍으로 빼앗긴 세상에 다시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참 희한한 것은 계절이 바뀌는 것을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는 겁니다. 아내에겐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데 다른 때는 잠잠하다가도 계절이 바뀔 때만 되면 어김없이 도지는 비염으로 힘들어 합니다.
아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기미가 보일 때마다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이 제 손등과 입술입니다. 예전부터 손등 부위에 습진이 있었는데 계절이 바뀔 때 즈음이면 손등의 습진이 성을 내고 입술의 마름이 확연히 느껴집니다. 그럴 때마다 연고를 바르고 립크림을 바르곤 하는데 그때마다 참 어찌 계절이 바뀌는 걸 이리 민감하게 알아차리는지 신기합니다. 습도, 기후, 기온 등 여러 가지 것들이 복합적으로 묶여 펼쳐지고 그걸 몸이 느끼는 것이니 당연한 일임에도 그 미세한 차이를 어떻게 알아채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문제는 한참 성이 나서 거플이 한 번 벗겨지고 나서야 비로소 잠잠해 지는 손등의 습진은 성날 때마다 연고를 바르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 지는데 입술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 번 건조해지기 시작하면 다시 계절이 세 번 바뀌어 여름 무렵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립크림을 발라주어야 합니다. 잠들기 전은 말할 것 없고 낮에도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사용하는 것이 습관이 되다시피 하였고, 하여 간혹 외국에 나갈 때도 빠짐없이 챙기는 것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계절이 바뀔 때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손등과 입술을 보면서 드는 한 가지 생각은 귀찮고 번거로움이 아닌 부러움입니다.
제 몸은 주변의 상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무엇보다 주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제 영은 침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것들과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하나님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한 일임에도 제 영은 그런 하나님의 행하심에 대해 답답하리만치 둔하기만 합니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도 예상도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두려움을 가져다준다는 것입니다. 마치 안개가 자욱하여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는 것이거나, 비오는 날 옆 차량이 지나면서 도로에 고인 물을 잔뜩 튀겨 순간 전방이 완전히 물로 가려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당황하며 느껴지는 두려움과 같습니다.
WHO 사무총장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마지막 펜데믹이 아니고 또 다시 올 다른 펜데믹을 준비해야 한다고 하였다는데 그럼에도 그것이 무엇인지, 얼마큼 심각할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고 그로 인해 교회와 성도들에게 또 어떤 일이 닥칠지 몰라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한 가지 긍정적이랄 수 있는 것은 지금이야 말로 진정한 신앙의 고백과 붙듦이 있어야 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제대로 된 영적 기상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나마 그런 생각이라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한 편 감사합니다.
그러나 요셉과 같이 하나님의 행하심을 미리 볼 수 있는 영적 민감함이 있다면 더 말할 것 없겠지만, 작게나마 진정한 신앙이 필요할 때임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단편적 민감함이 부끄러운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그저 주의 긍휼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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