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8-0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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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정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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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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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저장강박증까지는 아니어도 아무거나 쉽게 내버리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그동안 쌓아두고 지냈던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냥 내버리면 될 걸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이리저리 쌓아두고 쟁여두고 지낸지가 벌써 수십 년은 된 듯합니다. 그렇다고 쓰레기까지 버리지 못해 쌓아두는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나중에라도 쓸 곳이 있겠다 싶어 버리지 못한 것들이 꽤 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책입니다. 누구 말대로 책 구입비를 모으면 집 한 채 값이 나올 정도로 책을 사 두었습니다. 특별히 설교와 관련된 것이라 판단이 되면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나중 언젠가는 반드시 그 부분에 대해 설교할 때가 올 것이고 그때에는 지금 이 책을 구입하려 해도 이미 절판이 되어 구입할 수 없으니 구입해 두자는 마음으로 사두었던 책들이 꽤 됩니다. 또 책 전체에서 한 장, 혹은 한 부분이라도 설교에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망설이지 않고 구입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한 번, 생전 처음 지독히 아플 때 지나온 시간들을 반추해 보며 이런저런 생각과 반성, 회개를 하였고 그 연장선에서 다짐한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최대한 가볍게 살자는 것이었고 그 대표적인 것이 책 정리였습니다. 몸이 나으면 가지고 있던 책들 가운데 내게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대폭 정리해야겠다며 다짐했고 몸이 나아지자 책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아 멍하니 책장만 쳐다보다 그냥 지나가고 멈추기를 반 년 넘게 해왔습니다.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먼저 손댈 책장까지 정해두고도 막상 시작하려하니 어떤 책을 빼내고 정리해야 할지가 막막했습니다.
‘내게 필요 없는’ 이라는 기준선까지 정해두었지만 정작 손을 대려하면 정말 이 책이 내게 필요 없는 걸까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꺼냈다 다시 넣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나중에는 거의 그냥 생각 속에서만 머무는 다짐이 되어가는 듯하였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중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 헌책을 기증 받는 분께 전화를 드려 책을 기증할 터이니 와서 가져가시라 하고는 아예 와서 가져갈 날 (4일, 화요일입니다) 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다짐만 가지고는 또 어영부영 시간만 지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날은 잡혔고 그때까지 빼낼 책을 빼내야 하고 그걸 결정할 수 있는 이는 저밖에 없어 그래도 가지고 있어야 할 책과 빼내도 괜찮은 책들을 결정하고 지난 화요일부터 빼내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책을 빼내다 보니 마치 오래된 친구를 내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빼내기로 결정한 책들은 아깝다 싶어도 과감하게 책장에서 빼냈고 그렇게 빼내다 보니 그 양이 제법 무시 못 할 만큼인데 책장을 돌아보면 여전히 그대로 남은 책들 또 한 한 가득이었습니다.
책을 정리하기로 결정하였을 때 처음에는 중고서점에 팔 생각이었지만 생각해 보니 그동안 나눔도 변변치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아예 섬기는 마음으로 기증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교우들과 그리고 다른 목사님들과 나눌까도 생각하였는데 괜히 별 것 아닌 것 같고 자랑하는 것 같고 내게 필요하지 않은 책들이라면 다른 분들께도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아예 모르는 곳에 기증하기로 하고 그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혹 교우 분들 중 빼낸 책 가운데 필요한 책이 있으면 가져가셔도 됩니다.
예상컨대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번에 빼낸다 해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 가운데 다시 한 번 정리해야 할 것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때 가서 다시 또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책 정리의 목표는 책장에 이중으로 쌓지 않고 내가 원하는 책이 어디 있는지 한 눈에 파악하는 정도입니다. 그것도 많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제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쌓아두면 버리기 힘들다는 것을 새삼 경험하면서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두 벌 옷을 가지지 말라’ 하신 주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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