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5-3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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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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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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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살면서 가장 빨리 배우는 말 가운데 하나가 ‘빨리 빨리’라고 합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아드보카트는 “‘빨리빨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말”이라고 말했다고 하고 ‘빨리빨리’는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ppalli ppalli’라는 단어로 등재까지 되었다고 합니다.
외국인이 신기해하는 한국인의 빨리 빨리 행동 10가지라는 내용이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는데 상점에서 계산하기도 전에 뜯어서 먹기, 3초가 지나도 열리지 않는 웹사이트 닫아버리기, 영화관에서 마지막 스크롤이 올라가기 전에 나가버리기, 컵라면 3분 익기 전에 먹어버리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중에도 닫힘 버튼 누르기, 고기 익기 전에 먹기,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지퍼 내리기, 자판기 컵 나오는 곳에 손 넣고 기다리기 등이라고 합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좋지 않은 습관이니 바꿔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는 괜찮다고 합니다. 이 양쪽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맞고 옳은 얘기인지를 가려내려는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빨리 빨리 해서 될 일이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할 일이 있고 그렇지 않고 느긋이 해도 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진료와 관련하여 채혈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였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지하 주차장 입구는 폐쇄됐고 1층 정문만 출입이 가능한데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 다음 진료를 위해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그날은, 일과 시작한 이후라서인지, 아니면 방문자가 더 많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전에 보다 더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행히 저는 그 전에 QR코드로 설문작성을 마쳤고 그것만 보여주면 바로 입장이 가능하였는데 이번엔 제가 선 줄 앞의 어느 아주머니가 무언가 잘못됐는지 계속 확인을 하면서 지체가 되었고 그로 인해 제 옆줄은 바로 바로 입장이 되는데 저는 제 앞의 아주머니가 입장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당연히 속은 기다리는 만큼 더 불편했습니다.
겨우 입구를 통과하여 진료를 받으러 가면서 제가 맘이 상한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진료 시간이 다 되 가기에 조급함에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단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그동안 제 삶과 행동의 습관으로 굳어진 빨리 빨리의 한 단면이었습니다.
저 역시 엘리베이터를 타면 습관적으로 닫힘 버튼을 눌렀습니다. 한동안 열림 닫힘 버튼을 누르면 전기료가 그만큼 더 올라간다는 말을 들은 후부터는 누르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는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특별히 빨리 빨리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차 운전할 때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여유를 가지고 운전한다는데 저는 이상하게 나이를 먹을수록 더 빨리 가려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누군가 앞에서 버벅 거리면 피해 가든지, 추월하든 지였습니다.
그나마 요즘 민식이 법이 발효되면서부터, 또 특히 교차로에서 사전 출발과 늦은 진입으로 인해 사고가 나는 영상 등을 보면서 조금 자제하고 되도록 여유를 가지고 운전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기왕 여유를 갖고 살려고 하는 김에 다른 것들도 민식이법 같은 강제 조항이라도 생겨 그게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하는 동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제 스스로 서두르거나 급하게 행동하지 않고 의식적으로 조금 늦춰 하려는 것들이 몇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어차피 기다리는 것과 조금 빨리 끝내고 기다리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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