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5-2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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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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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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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마다 각자 처한 환경과 상황, 추구하는 것과 가치관, 그리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에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사람들마다의 정의가 제각각일 것입니다.
가장 보편적으로는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철이 드는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과연 나이를 먹으면 모든 사람들이 각자 나이에 맞게 철이 제대로 드느냐 입니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유아적 사고와 행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매는 이들이 있고 나이가 적어도 어느 어른 못지않게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어른스러운 아이들도 있습니다.
철이 든다는 것은 사리를 제대로 분별하여 정확하게 판단할 줄 알게 된다는 뜻인데 이 말에 근거하여 실제를 보면 세상에 철든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렇게 계속하면 몸도 마음도, 때로는 가족과 가정은 물론 모든 인간관계까지 다 망가지고 깨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일을 계속하는 이들이 그 예입니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더욱이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서도 여전히 그 길을 같이 걷고 따라가는 것을 보면 정말 철든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이만큼 살아오면서 느끼는 것 가운데 하나가 솔로몬만큼은 아니어도 웬만한 건 다 거기서 거기더라는 것입니다. 1억 원짜리 시계를 차고 다니나 3만 원짜리 시계를 차나 가리키는 건 다 똑같은 시간일 뿐입니다. 길을 지나다 보면 간혹 정말 비싼 차를 볼 때가 있는데 그 차나 제가 타고 다니는 차나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건 똑같고 300억짜리 집이나 월세방이나 몸 하나 누이는 건 다를 바 없습니다. 물론 편리함과 편안함, 안전 등은 더 보장받을 수 있겠지만 각각의 목적에서 볼 때는 비싼 거나 저렴한 거나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런 것들에 눈길이 쏠리고 마음속으로 갖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나는 것은 저 역시도 철없는 사람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것들로부터 조금씩이나마 심드렁해지고 예전과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이런 것이 철들어 가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쯤이면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적을 텐데 그럼에도 나이 들어서 좋은 건 이전에 품고 가졌던 욕망 대신 다른 욕망이 조금씩이나마 움트고 자라나고 있다는 것인데 주와 천국을 향한 욕망입니다.
이전에는 이런저런 기도들을 한 번에 섞어 드렸다면 이제는 기도의 영역들을 구분할 정도가 되었고 그 영역들 가운데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거룩함과 동행에 대한 내용들입니다.
작년 한참 아플 때 저를 돌아보면서 ‘하나님 제가 미쳤었습니다’를 외쳤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추구하고 손에 쥐고 넣으려 했던 것들이 하늘에서는 아무 소용도, 필요도 관심도 없는 것들임에도 붙들고 놓치 않으려 했고 그걸 통해 제 자신의 가치를 올리려 했음이 깨달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정말 악소리가 날만큼 통증이 오고 아팠지만 오히려 그것이 철들게 하는 유익이었던 것 같습니다.
요 근래 그런 분별력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습니다. 자연히 추구하고 애착을 갖던 것들로부터 관심이 멀어지기 시작하였고 예전에는 그렇게 커 보이고 좋아 보이던 것들이 이제는 다 고만고만해 보입니다.
이 마음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니면 다시 옛 모습으로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런 철든 모습으로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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