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3-2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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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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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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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디까지 악해질지 실험을 해보았다는 역사적 기록을 읽어 본적은 없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람이 악한 존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동안 거의 모든 신문방송 기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코로나 19가 어느 순간부터 점차 수그러드는 요즘 코로나 19를 대신하여 텔레그램의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이라는 청년과 그에 관계되는 n번방 이야기들이 기사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송 화면에 잡힌 조주빈이라는 청년의 모습은 악마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이마 양쪽에 뿔이 나지도 않았고 눈이 매섭고 무섭지도 않았고 입술 사이로 삐죽이 튀어나온 날카로운 이빨도 없었습니다. 인상 자체 역시 험악하지 않은, 말 그대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섬뜩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 대학의 학보사 편집장으로 활동하며 학교 측에 성폭력 예방을 위한 노력을 더 촉구하는 기사를 썼고, 봉사단체 팀장으로도 일했다니 아연실색할 뿐입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가 판을 깔아놓은 악마의 파티에서 사는지 죽는지도 모르고 함께 어울려 광란의 춤을 추어댄 추종자들이 26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가 벌인 춤판에 입장료로 적게는 몇 십 만원에서부터 150만원까지 주고 들어가 내 딸, 내 여동생, 내 누나, 내 여자 친구라면 절대 보려고 않고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을 사진들과 동영상들을 보고 다운받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일들로 그와 연관된 사람들의 면면입니다.
가장 정의롭고 똑소리 나는 사람이라고 평판이 자자했던 모 방송사의 사장부터 전 광역단체장, 유명 스타트업 벤처기업 창업가, 대학교수, 유명 인기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상당한 지명도를 가진 인물들이 그 난장판에서 함께 뛰어 놀았다고 합니다. 여기에 이름 모를 감춰진 일반인들이 동조자로 다수 포함된 것은 말할 것 없습니다.
지금 이를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방에는 이번 일에 관련된 사람들 모두의 신상을 밝히고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청원들이 줄을 잇고 있고 많은 이들이 이 청원들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아마 짐작컨대 출입회수는 차제에 두고 n번방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된 이들은 대부분 자신들에게까지 이 불똥이 튈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 겁니다.
이번 일들에 관련된 행위를 한 이들은 그가 누구이든 강력한 처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자신들이 벌인 일에 대한 대가로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던 악마성이 이번 이 일들을 통해서 표출되었다는 겁니다.
전쟁과 자연재해, 경제적 공황, 그로 인한 폭동 등을 통해 인간의 악마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곤 하는데 이번 일은 전쟁 등의 상황이 아님에도 같은 왜곡된 욕구를 가진 이들이 은밀히 감춰진 폐쇄 공간에 모여 자신들의 가학성을 힘닿는데 까지 드러냈습니다. 이들이 벌인 추악한 짓들은 입으로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라 방송에서도 자세한 얘기들은 삼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들이 보인 악마성이 대단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동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박사방 조주빈과 같이 우리가 흔히 대하는 그런 얼굴을 가진 이들일 것입니다. 때로는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하였을 것이고 이 일이 아닌 다른 일로 악마성을 드러낸 이들을 향해 분노의 비난을 퍼붓기도 하였을 것이고 때로는 민족과 나라를 위한 일에 함께 팔을 걷어 부치고 뛰어들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몇 n방과 관련된 이들이 자신들은 절대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였다는데 그 익명성 뒤에 숨은 악마성이 사안은 다를지라도 문득문득 제 자신에게서도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일본 관동대지진 때 지역사회로부터 그렇게 존경받던 목사님 한 분이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니 자신의 손에 죽창이 들려있더라는 얘기는 잊을 수 없습니다. 제 안에 숨어있는 악마가 보일 때마다 그저 주님의 자비와 은혜를 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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