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10-2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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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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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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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안 오셔도 됩니다’ 지난 화요일 마지막 점검과 확인을 위해 한방병원에 갔다가 주치의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그 한방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한지 만 4개월만의 이야기입니다.
병원 문을 나서면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병원에 다시 올 일은 없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주치의가 마지막으로 약을 처방해 주면서 지금 처방해 주는 약은 그동안 먹던 치료약과는 다르게 위장과 심장의 힘을 주는 약이라면서 병세와 상관없이 먹을수록 좋기에 더 드셔도 된다고 하였지만 더 먹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절대로’라는 것이 있을 수 없기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 병이 재발하지 않는 한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또 다시 그 병원에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문득 미당 서정주 시인의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한 ‘국화 옆에서’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정말 이렇게 나으려고 그동안 그 애를 쓴 것 같습니다.
목사가 기도해서 병을 고쳐야지 무슨 병원이냐 생각하실 분도 계실 수 있겠지만 제 믿음에 적어서인지 병원과 기도를 겸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4개월 동안 기도하며 병원을 오가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더 안 와도 된다, 완치됐다’는 말을 들으면 기쁠 것 같았는데 실제 듣고 나니 기쁨 보다는 허탈감이랄까 허무함이랄까 하는 묘한 감정이 살짝 자리를 잡았습니다.
미련이 남아서도, 혹 재발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느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동안 들인 공과 시간 등에 비해 너무도 간단한 한 마디였기 때문입니다.
처음 발병하였을 때는 의아하였습니다. 그동안 일 년에 한 번 소화제를 먹을까 말까 하는 그런 위장이었는데 그런 위장이 탈이 났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습니다. 사전에 알아차릴 수 있는 어떤 징조나 증상들이 있었다면 그런대로 수긍하겠는데 거의 그런 증상들을 느끼지 못한 가운데 덜컥 찾아온 병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런 증상들이 전조증상이었겠구나 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동안 앓아오던 역류성 식도염 정도로 알았지 그렇게 병이 깊은 줄은 몰랐습니다.
발병을 하고 나서 처음 며칠 동안은 대답하지 않으실 걸 알면서도‘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였습니다.‘왜 하필 이 시점에, 그것도 왜 그런 병을’이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아무리 궁리하고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지금에 와서야 어렴풋이나마 모두 다 저를 깨우치기 위함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살살 말씀하셔서는 제가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니까, 그만큼 둔하고 어리석어 하시는 말씀을 분별하지 못하니까, 그냥 내버려 두면 점점 더 곁길로 나갈 것 같으니까 그리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병을 앓았던 4개월 간, 저를 만나주시면서 하셨던 말씀들의 대부분이 저를 깨우치는 말씀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더 오지 않아도 된다고 주치의는 말하였지만 그동안 제 경험으로 보면 아직 다 완치는 아닌 듯싶습니다. 한 2% 아직 머뭇거리는 부분이 남아 있고 실제로도 그런 증상들이 아직도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앞으로 한 두어 달은 여전히 먹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사실이 되려면 마무리를 잘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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