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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9-18 13:39
라면국물 한 그릇의 행복
 글쓴이 : 홈지기
조회 : 17  
지난 6월 말 위장 치료를 시작하여 벌써 두 달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두 달이 넘어가면서 서서히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습니다.

  두 주전 진료에서 그런 저의 심정을 그대로 주치의에게 토로하였고 주치의 역시 그런 제 마음을 이해하겠다면서도 자기 역시 저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일반 환자들 같으면 벌써 끝났을 1단계를 두 달 넘게 끌고 있으니 자신 역시 스트레스라면 만일 여기서 멈추면 나중에 100% 다시 자신에게 올 수 밖에 없고 그때는 지금보다 두 배는 더 힘이 들 거라는 협박 아닌 협박 비슷한 권면을 하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신장이 조금 약하다는 이유로 약을 증류(희석-약하게 하여) 해서 처방하고 있는데다 일산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들은 한결같이 위장에 부담을 많이 주는 약들이고 거기에 덧붙여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제한하다 보니 영양공급이 제대로 안 되는 3중고였습니다.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제가 처방 받는 약들은 실비보험에서도 정산해 주지 않는 순순 자부담인 고로 그에 대한 부담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매번 갈 때마다 주치의는 먹을 것을 조심하라고 합니다. 저 역시 치료를 빨리 끝내고 싶은 욕심에 병원에서 설명해준 대로  제가 먹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최대한 가려서 먹으려 노력합니다.

  그 가운데 금해야 할 것 첫 번째가 밀가루입니다. 보통 어느 한의원에서든 약물을 복용할 때는 거의 대부분 밀가루를 먹지 말라고 하는데 그런 금기가 아니라 내리지 않고 있는 체기의 가장 큰 경계의 대상이 되는 것이 밀가루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치료가 시작된 이후 밀가루로 만든 국수, 라면, 빵 종류 등은 거의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그것들이 나빠서라기보다 제 체기가 내리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밀가루와는 멀어지게 되었고 두 달이 지나가는 요즘은 이전보다 먹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구들이 라면을 끓여 먹어도 별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지난 금요일은 달랐습니다. 저녁 늦게 예준이가 라면을 끓였고 그 옆을 지나는 순간 그 냄새가 얼마나 좋던지 나도 모르게 ‘맛있겠다’ 소리가 나왔고 그 말을 들은 예준이가 ‘면은 드시지 말고 국물에 밥을 말아 드세요’라고 하였는데 순간 그 말이 제게는 얼마나 복음 같이 들렸는지 눈이 번쩍해졌습니다.

  그 다음 날 아이들은 모두 나가서 없고 저하고 아내, 단 둘만의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시간도 늦고 그 시간에 저녁을 차리자니 더 늦어질 것 같아 그냥 김밥 두 줄 사와서 먹기로 하고 단무지에 홍당무만 들어간 김밥을 사왔습니다.

  막 식사를 시작할 무렵 아내가 라면이 먹고 싶다며 한 그릇 끓여 왔는데 그 냄새가 얼마나 기가 막힌 지 ‘국물은 먹어도 되나’를 연신 고민하다 국물만 한 그릇을 떠서 김밥과 함께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라면 국물이 한 숟갈 목 안으로 넘어 가는 순간 정말 살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은 간도 변변히 안 된 것들로 식사를 하다 보니 라면 국물의 자극적인 맛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정말 오랜만에 기분 좋게, 행복하게 식사를 마칠 수 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행복이 별거 아니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라면국물 한 그릇에도 행복해 질 수 있는 게 사람이었습니다. 라면국물 한 그릇은 일상인데 그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이 사람에게 행복과 활력을 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