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2-0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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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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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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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고유명절인 설이 지났습니다. 한해의 마지막을 흔히 '세밑, 세모'라고 부르는데, 특히 설날 전날을 섣달그믐이라고 합니다. 그런 섣달 그믐이 지나고 나면 바로 설이 오는데 ‘설’이란 단어에 대한 정확한 어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설을 설이란 한 유래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는데 어느 신문기사에 보면 ▲<동국여지승람>에 나온 '몸을 삼긴다'는 신일(愼日)의 뜻, ▲새해가 시작되어 '섦다','슬프다'는 뜻 ▲나이를 뜻하는 살(歲)의 고어 '술'에서 기원 ▲설쇠, 설장고, 설소리, 설북 등에서 보듯 본래 처음을 뜻하고 으뜸을 뜻하는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도하고 ▲새로 솟아난다는 뜻과 마디의 뜻을 지닌 산스크리트어 살(sal)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기도 한답니다. 또한 설 명절을 지내는 것을 '쇠다, 쇤다'고 하는데 이 뜻은 '오래되다, 늙었다'는 뜻으로 '설을 쇠다'는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뜻으로 널리 쓰여 지고 있습니다.
설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대만, 베트남, 버마, 라오스 등도 우리네처럼 음력을 쓰는 나라들이어서 음력설을 쇱니다. 이들 나라들이 다 농업국가인 것을 보면 아무래도 설은 농업, 특히 달(月)은 관계가 깊은 것 같이 보입니다.
설은 온 천지간에 흩어져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이요 웃어른들께 세배 드리고 서로 덕담을 나누며 보내는 날입니다. 물론 여러 음식들과 놀이들이 있지만 도시의 생활들이어서인지 음식을 제외하곤 많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이런 설을 맞아 저 역시 양가를 찾아뵙고 지내다 왔습니다. 본가는 서울 면목동이고 처가는 서울 연신내입니다. 늘 그렇듯 명절 기간이 3일인데 저희는 이 3일을 모두 다 본가에서 지내다 옵니다. 물론 처가도 방문하지만 마지막 날 하루 들러 식사하곤 집으로 돌아옵니다.
혹 너무하다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 아버님은 평북 용천이 고향으로 한국전쟁 전에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혼자 월남하여 내려오셨고 그 결과 아버님 쪽 가족이라곤 아무도 없습니다. 늘 명절이 되면 말씀은 안하셨지만 쓸쓸한 모습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신청을 받을 때 아버지도 상봉신청을 하시라고 말씀드려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됐다’한 마디 하시곤 거절하셨습니다. 아버님이 막내시라 가본들 다 돌아가셨을 것이고 무엇보다 혼자 남으로 내려오신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어머님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외삼촌이 한 분 계셨지만 이미 오래 전 돌아가시고 외숙모도 안 계신지라 외가에서도 어머님 혼자입니다. 사촌들이 있지만 떨어져 살았고 간혹 명절에만 잠깐 와서 어머님을 뵙고 가는 정도입니다. 위로 형님이 한 분 계시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터라 저희 외에는 정말 아무도 찾아오는 이가 없습니다. 특히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난후 어머님이 더 쓸쓸해 하셔서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반면 처가는 4형제간이고 각각 결혼들을 하였고 우연찮게도 모두 자녀들이 둘씩인지라 다 모이면 그야말로 발 디딜 틈도 제대로 없습니다. 또 서로 시댁과 처가들이 있다 보니 한꺼번에 다 모이기는 어렵지만 서로 돌아가며 찾아뵙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로 본가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아이들은 왜 본가에서만 이틀을 자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였고 외가에서 하룻밤 자자고 조르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오히려 아이들이 그런 마음을 헤아리는지 아무 말 없이 지내다 옵니다.
한 해 한 해 지나며 어머님을 뵐 때마다 얼마나 더 계실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혹 어머님이라도 안 계시고 나면 그야말로 형과 단 둘인데 그때는 명절을 어찌 보내나 생각도 됩니다. 남들에게 명절은 즐겁고 좋은 날이지만 제게는 즐겁고 좋지만은 않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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