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2-0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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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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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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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는데 지난 주 저희 가정이 그런 일을 겪었습니다.
화요일 밤 작은 아이가 학원을 끝내고 집에 들어올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오지 않아 전화하였더니 버스에서 깜빡 잠이 들어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걸어오는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들어올 시간이 되었음에도 오지 않아 다시 전화하였더니 어떤 할머니를 도와드리고 있고 곧 집에 들어간다고 하기에 그러려니 하였습니다. 그런데 조금 있다 들어온 아이는 힘이 하나도 없는, 뭔가 얼빠진 모습이었습니다.
자초지정을 들어보니 집 근처 공원길을 걷고 있는데 벤치에 웬 할머니 한 분이 앉아 있다가 아이에게 자기 짐을 들고 집까지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더랍니다. 할머니의 부탁이고 밤이 늦었기에 아이는 아무 주저함 없이 할머니 짐을 들고 따라나섰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말한 집인 아파트를 가려면 도로에서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하는데 그 계단 앞에서 할머니는 자기 집이 아닌 주차장으로 짐을 가져다 달라고 하였고 그 순간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은 아이는 말없이 짐을 그 자리에 놔둔 채 돌아서서 집으로 향하였는데 조금 오다 뒤를 돌아보니 할머니가 말없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고 그 눈빛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그냥 뛰어서 집으로 왔노라 말하는데 완전히 얼빠진 모습이었습니다. 밤이고 아이가 많이 놀란 듯 하여 진정시키고 밤을 지내고 다음 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우선은 밤 11시 반이 넘은 늦은 시간에 할머니가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던 것이 그랬습니다. 물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 수도 있겠지만 아이 말로는 제법 무거운 짐이었다고 하는데 그럴 경우 자기 힘으로 감당하지 못할 짐이라면 진즉에 자기 가족들을 부르지 지나는 사람에게 짐을 들고 제법 되는 거리를 가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이상하였습니다.
다음으로는 설사 혼자 살기에 아무도 짐을 들어 줄 형편이 안 된다면 집까지 부탁할 일이지 집이 아닌 주차장으로 가져다 달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집이 다른 곳도 아닌 그 아파트가 자기 집이었고 아들이 주어서 집으로 가져가는 것이라 말해놓고는 집이 아닌 주차장으로 가져다 달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은 아이가 짐을 내려놓고 아무 말 없이 돌아서 가면 왜 그러느냐 등의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터인데 아무 말 없이 무섭게 노려만 보고 있었던 것도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며칠을 생각한 끝에 집 근처 지구대에 가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정말 일상적으로 있는 일이라면 제가 과민 반응하는 것이겠지만 혹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벌이는 일이라면 우리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초지정을 들은 경찰관도 금품을 노린 납치에 무게를 두고 상당히 개연성 있는 이야기라며 그날 밤부터 그 지역으로 순찰을 강화하겠노라는 대답을 듣고 돌아왔습니다.
일은 마무리되었지만 아이 마음속 한 편에는 혹 정말 짐을 가져다 달라는 할머니였다면 그런 할머니한테 잘못했다는 죄책감이 남아 있습니다. 아이를 위로하고 정리하였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부모로서 아이에게 이다음에도 그런 일이 생기면 아무 말 없이 끝까지 들어다 주라고 해야 할지, 앞으로 그런 일을 또 만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냥 오라고 해야 할지, 정말 어떻게 말해 주는 것이 좋을지 난감하였습니다.
다 내 마음 같으면 집까지 들어다 드리라고 말해야겠지만 세상이 하도 험하고 악한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해치우는 사람들이 많기에 그렇게만 말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런 경우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 주어야 할까요, 누구 좋은 생각 있으신지요? 누군가의 고견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여러분 자녀들에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니 미리 조심시켜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농담처럼 듣던 일을 직접 겪고 보니 새삼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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