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8-04 08:38
|
무너진 신뢰
|
 |
|
글쓴이 :
홈지기
 조회 : 587
|
- 무너진 신뢰 -
2010년 국립민속국악원 단원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둔 지난 해 5~6월 아프리카 등지에서 열리는 ‘월드컵 기념 한국문화페스티벌’ 공연을 위해 떠났습니다.
공연국가들은 남아공과 나이지리아, 터키, 이집트 등 4개국이었고 출국 전 국악원 측은 방문국들이 말라리아 위험지역인 점을 고려해 단원들에게 병원에서 말라리아 예방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도록 했고 이들은 병원에서 ‘클로로퀸’을 처방받아 복용했습니다.
하지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단원 중 두 사람이 고열과 오한 증세를 보이다 한 달여 만에 사망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당시 역학조사 결과 사망한 이들이 클로로퀸 내성지역인 나이지리아에서 말라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클로로퀸 내성 지역인 나이지리아 등을 방문할 때는 말라리아 예방약으로 ‘말라론’이나 ‘매플로퀸’을 처방받아야 하는데 의사는 내성이 생긴 클로로퀸을 처방하였고 그로 인해 사망에 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얼마 전 저한테도 일어났습니다. 이번 여름 태국 단기선교에 저희 두 아이가 참여하여 지난 월요일 아이들을 데리고 보건소에 가서 말라리아 약으로‘라리암정(클로로퀸)’을 처방 받아 약국에서 약을 타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 단기선교에 참가하는 이광미 집사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가족들 말라리아 약을 처방받으러 병원에 갔더니 라리암정은 내성이 생겨 태국에서는 효력이 없어므로 ‘말라론’을 처방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이광미 집사님 전화를 받고 바로 보건소에 전화하여 처방전을 써준 의사선생님과 통화하였습니다. 기막힌 것은 이후 통화 내용입니다. 의사선생님 말씀이 ‘저는 늘 라리암으로 처방했는데 다른 의사가 그렇게 말했으면 그게 맞겠지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본래 담당의사가 있는데 그분이 휴가 가서 지금 잠시 나와 봐주는 것뿐입니다. 다시 오시면 처방전을 바꿔 내드리겠습니다.’였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으며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희 아이들이 말라리아에 걸린 것이 아니기에 너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 아니냐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큰 문제로 번질 수도 있는 일을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말하는 모습과 적어도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지역을 고려하지 않고 늘 동일한 약을 처방하였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더 기막힌 것은 제 이야기를 듣고 이광미 집사님께서 보건소로 전화하여 물었더니 보건소에서는 늘 말라론을 처방해 왔다고 대답을 하더랍니다. 문제는 앞으로 보건소에서는 지역이 어디든 말라리아 약으로 무조건 말라론을 처방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후 질병관리본부 사이트에 들어가 살펴보니 태국지역은 클로로퀸(라리암) 내성지역이므로 매플로퀸(말라론)을 복용하라고 분명하게 나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건소에서는 그것조차 모르고 처방하였던 것입니다.
또 하나는 병원에서 잘 모르고 적게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보건소의 진료비와 병원의 진료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여러 조건을 감안해도 보건소가 이천 원 가량 더 비쌌습니다.
이 모든 게 모두 다 저의 오해였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처방전을 받으러 갈 때 동네 병원이 더 가까웠음에도 굳이 보건소로 간 것은 적어도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에 대해서만큼은 보건소를 더 신뢰하였기 때문인데 이번 일들을 겪으며 그 믿음이 전부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래도 보건소에 대한 믿음을 계속 가지고 싶은데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