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12-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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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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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화평이
 조회 :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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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 안경 쓰는 것이 왜 그리 좋아 보이던지 어느 날 길을 가다 안경 하나를 주웠는데 제 눈에 잘 맞지도 않는 안경을 부모님 몰래 한 동안 쓰고 다닌 기억이 납니다. 이유는 첫째, 멋있게 보이려는 것과 둘째, 눈에 맞지 않는 안경을 씀으로 눈이 나빠져 진짜 안경 쓸 것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그럼에도 눈이 나빠지지 않아 작년까지 안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눈이 나빠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세미나 등에 가서 강사의 이야기를 듣다 필기하기 위해 노트를 보면 초점이 잘 마쳐지지 않았고 다시 강사를 보아도 초점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였습니다. 그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기에 눈이 나빠지는 것이 아닐까 안과에 가서 검진을 해도 별 이상이 없다는 소견만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점점 그런 현상이 심해져서 다시 안과에 가서 검진을 하고 마침내 안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작년 겨울이었습니다.
그토록 쓰고 싶던 안경을 썼는데 전혀 기쁘지 않았습니다. 안경을 쓰게 된 이유가 ‘노안’이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책을 열심히 보고 공부를 많이 해서 안경을 쓴다면 자랑스러운 훈장쯤으로 생각하겠지만 노안으로 안경을 써야 한다니 맘이 조금 그랬습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당연히 찾아오는 일임에도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지만) 왠지 그런 이유로 안경을 써야 한다니 눈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그렇게 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안경을 쓰기는 하나 가까운 것을 보는데 전혀 지장이 없기에 운전할 때나 집을 나설 때, 예배드릴 때 등을 제외하곤 거의 착용하지 않습니다. 안경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에 다른 집에 가서 안경을 벗고 있다 그냥 나와 다시 가서 가져오기가 다반사이며 어느 날 새벽기도 때는 안경을 쓰지 않고 그냥 인도한 적도 있습니다.
안경을 쓰니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쓸 때마다 닦아 주어야 합니다. 왜 그렇게 먼지와 오물이 묻는지 새벽에 나올 때 한 번, 다시 출근할 때 한 번, 퇴근 할 때 또 한 번은 닦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온도 차이가 있는 곳에 출입할 때면 안경에 서리가 끼는 것이나 테가 약해서인지 자주 만져 주어야 하는 것 등이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신경이 쓰이는 것은 인상입니다. 그렇잖아도 부드러운 인상이 아닌데 거기에 안경까지 쓰니 더 날카롭게 보일까 걱정입니다.
안경 대신 렌즈를 사용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기에 렌즈도 생각해 보았지만 끼고 빼고 닦고 보관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고 그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것도 아니고 해서 그런대로 안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언제 맘이 바뀔지 모르겠습니다.
안경을 쓰면 좋을 줄 알았는데 불편함도 있지만 경제적인 손실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안경을 맞추는 비용은 물론 시력이 달라지니 그동안 사용하던 멀쩡한 선글라스도 도수를 넣은 선글라스로 바꿔야 했습니다. 안경 쓴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 벌써 안경알에 스크래치가 생겨 안경알을 바꿔야 하나 생각 중입니다.
안경을 쓰고 난 다음 하나님이 주신 원래의 상태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새삼 알게 됐습니다. 안경을 쓰지 않는 분들은 감사하세요. 하나님 주신 몸이 최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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