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6-2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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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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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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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이 그립습니다 -
어느 글에 보니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라는 사람이 '사람의 잘못 여섯 가지'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하나, 남을 깎아 내리면 자가가 올라간다고 착각함. 둘, 바꾸거나 고칠 수 없는 일로 걱정함. 셋,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함. 넷, 대중의 편견을 생각 없이 따름. 다섯, 생각의 발전과 진보를 무시하고 독서의 습관을 들이지 않음. 여섯, 다른 사람에게 자기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강요함.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달라졌기에 키케로의 주장이 100% 진리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깊이 생각할 부분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첫 째와 네 째, 여섯 째는 요즘 우리의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얼마 전 모 대형교회 원로 목사 한 분이 자식에게 교회를 세습한 것에 대해 회개한다는 회개문을 낭독한 적이 있습니다. 세습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그대로 진행되었고 이는 또 다른 대형교회의 세습으로 이어지는 첫 걸음이 되었습니다.
세습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습니다. 만일 시골, 산골, 섬 등의 오지에서 자립도 안 되고 교인도 몇 없는 교회를 아들이나 사위에게 물려주고, 그 아들과 사위는 그런 교회나마 아버지 뒤를 이어 목회하게 됨을 감사하게 생각하여 물려받을 경우 그 역시 세습이니 잘못이며 나쁜 것이라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그런 결단에 대해 감동을 받을 것입니다. 문제는 세습을 통해 특권과 권력, 부와 성공 이미지를 그대로 물려주고 물려받는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회개하고 있지만 세습 당시에는 이런저런 이유들 들어 세습을 하나님의 뜻이요 정당연한 것으로 여겼을 것이고 그렇게 주장하고 사람들을 설득하였을 것이며 세습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편함이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잘못이라고 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얼마 전 나꼼수의 진행자 중 한 사람인 막말 김모씨가 서울 대학로에 교회를 개척하였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열린 예배 형식으로 복음성가로 예배를 시작하고 중간에는 가수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도 함께 부르며 헌금, 직분, 등록교인의 세 가지가 없는 3무(無) 교회를 지향한다고 합니다.
교회 개척이야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 그것 가지고 시비할 마음은 없습니다. 세습 역시 크든 작든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다른 이는 다 잘못됐어, 내가 아니면 안 돼’, 혹은 ‘내가 하는 일은 정당한 것이야. 그러니 당신들은 나를 따라야 돼’ 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세습을 하든, 교회를 개척하든 하나님께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요 내 욕심을 채우고 현실과 사람들에 대한 반대의 심정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면 그것에 대한 정당성을 아무리 강조하고 주장한다 해도 그것은 올바르지 않은 일입니다. 나꼼수 김모씨도 개척할 수 있고 누구든 교회를 세습할 수도 있겠지만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 폐해가 드러날 것이고 그로 인한 부작용 역시 상당 부분 지속될 것입니다.
이런 일들에 대해 아무런 비판도 없이 시대적 대세라는 말로 포장하고 그것을 따르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거야 말로 끔찍한 착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새삼 사사기의 결론이라 할 수 있는 두 구절이 떠오릅니다.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삿 17:6, 21:25) 민주주의 나라에서 진정한 왕이 없는 시대에 왕이 새삼 그리운 것은 민주주의를 아직 완전히 맛보지 못해서일까요, 아니면 막연한 구태에 사로잡힌 고집과 아집일까요? 그도 아니라면 아직 철이 덜 든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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