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5-16 10:57
|
매년 이맘때 기억
|
 |
|
글쓴이 :
홈지기
 조회 : 573
|
- 매년 이맘때 기억 -
정확히 3년 전 이맘때 A형 간염으로 8일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치료가 되었기에 8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고 그로부터 두어 달 후 완전히 치료가 되어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몸은 예전처럼 회복되었지만 기억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해마다 꼭 이맘때쯤이면 누가 그때의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병원에 있던 느낌이 자꾸 떠오릅니다. 그때의 날씨와 기온, 해질 무렵의 그런 느낌 등이 어김없이 떠오릅니다. 이미 3년이 지나버린 일임에도 매년 똑같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이상하게 더 피곤하게 느껴지고 마음도 몸도 쳐짐을 경험합니다. “참 그 양반 예민하고 까다롭네”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두 번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통풍으로 인해서이고 두 번째는 A형 간염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입원에 대해서는 별 다른 느낌이나 기억이 없습니다. 입원으로 인해 힘들었다거나 불안한 적도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입원을 즐겼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내가 일하는 관계로 입원한 일주일 간 병실에 혼자 있었음에도 주는 밥 잘 먹고, 시간 되면 잘 자고, 심지어 몰래 빠져나와 병원 앞에 있는 사우나에 가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입원은 달랐습니다. 입원하는 날 담당주치의로부터 무시무시한(?) 말을 듣고 그게 공포로 남아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입원한 다음 날부터 몹시 힘이 들었습니다. 잠을 못자고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해서 (아예 입맛도 없고 배고픔도 없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병실에 있는 그 자체가 너무 싫었습니다. 시간만 되면 병실이 아닌 밖에 나가 있으려 하였고 어느 때는 하루 종일 병실 밖을 돌아다니기도 하였습니다. 특별한 치료를 하거나 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침마다 뽑아가는 피 검사와 식사 때마다 나오는 약과 링거액을 맞는 것이 치료의 전부였습니다. 주치의는 잘 먹고 잘 자야 빨리 회복이 된다는데 낮이든 밤이든 도저히 잘 수 없는 이런저런 환경으로 인해 잘 수도, 먹을 수도 없었으니 몸만 더 쳐져갔습니다. TV도 책도 아무 흥미가 없었고 그저 퇴근하고 저녁나절 몇 시간 왔다가는 아내의 얼굴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런대로 간수치도 내려가고 염증도 가라앉아 퇴원은 하였지만 그때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서인지 지금도 이맘때가 되면 그때의 기억이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얼만 전 읽은 신문기사에 의하면 사람에게는 세 가지 기억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서술 기억’으로 벌어진 일이나 이벤트, 학습된 것을 기억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절차 기억’으로 습관화 되어 뇌와 몸이 기억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두려움, 분노, 불안, 따스함 등의 감성과 관련된 ‘정서 기억’입니다.
서술 기억은 언제든 사라질 위험이 있는 반면 절차 기억은 어렸을 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금방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처럼 뇌와 몸에 체득화 된 기억이고 정서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뇌 곳곳에 흩어져 오랜 기간 동안 저장되어 두고두고 기억나는 그런 기억이라고 합니다.
매년 입원하였을 때의 느낌이 일어나는 것은 입원한 기간 동안 느꼈던 ‘정서 기억’때문인 듯싶습니다. 그만큼 제게는 당시 입원이 강한 기억으로 남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후 수 없이 병원에 심방을 가고 진료와 검사를 받으러 가도 전혀 아무렇지 않은데 이상하게도 이맘때만 되면 그런 기억이 떠오릅니다. 아마도 사람이 덜 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쨌든 우리 바울의 모든 성도님들 내내 건강하세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