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4-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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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의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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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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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의 데이트 -
1992년 1월 결혼, 올해로 만 21년째 결혼생활을 하며 아내와 단 둘이 여행을 가본 것이 신혼여행과 3년 전 태국 집회 인도로 다녀 온 것이 전부였습니다. 저희 4식구만의 가족여행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물론 하루나들이야 여러 번 있었지만 하루 밤 이상 자고 오는 여행은 없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저나 아내나 각자의 일이 있었고 서로 간 휴가 기간이 맞지 않아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교회에서 사역하는 관계로 대부분 교회 여름행사들이 진행되는 7월 말부터 8월 초가 가장 바쁜 기간인 반면 유치원에 근무하는 아내는 바로 그 기간이 휴가기간인지라 제가 바쁠 땐 아내가 쉬고 아내가 일할 땐 제가 쉬는 묘한 일정으로 서로 간의 휴가 기간을 조종하여 함께 떠난다는 것이 불가능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다소간의 경제적인 이유도 한 몫 하였고 부모님들이 계시니 우리 가족만 어디 가기도 멋쩍고 해서 그냥 저냥 한 해 두해 넘기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런저런 이유로 여러 곳을 다니기도 하고 외국도 간혹 다녀오기도 하지만 아내는 유치원 아이들 데리고 견학 다녀오는 것이 전부인지라 한 편으론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몇 년 후에는 이스라엘 성지에 꼭 데려가겠다고 호언하였지만 사실 그것도 현재의 상황에선 자신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여행만이 아닙니다. 둘 만의 시간을 내서 하루는 고사하고 반나절이라도 함께 있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내가 근무하지 않는 토요일은 제가 주일 다음으로 가장 바쁜 날이고 공휴일 등은 아이들이 있고 대부분 본가 등을 방문하는 것으로 마쳤기에 둘 만의 시간을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둘이 영화 한 편 본 게 2년 전인지 3년 전인지 아득하겠습니까?
그러던 중 지난주일 오랜 만에 아내하고 둘이 근 3시간 반 정도를 함께 있었습니다. 주일 오후 예배를 마치고 나니 아직 해가 남아 있었고 마침 다음 일정도 없었는지라 근처 심학산이라도 가자고 하고 집에 들어가 아이들에게 가자하니 모두 가기 싫은 표정들인지라 아내하고 둘이 나선 것이 그렇게 된 것입니다.
차를 주차하고 산에 오르기 시작하여 다시 내려오기까지 2시간 이상을 아내와 함께 걸으며 오랜만에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마 오르기 시작할 때부터 내려올 때까지 서로 이야기를 멈추지 않은 것 같습니다. 걷다 힘들면 잠시 쉬면서 이야기 나누고 정상에 올라가 정자에서 물 한 모금, 가져간 배 한 조각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막 어둑해지기 전에 내려와 주차한 곳 바로 앞에 있는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씩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맘이 편해서인지 아내가 남긴 것까지 씩씩 거리며 다 먹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앞으로 둘이 자주 나가서 다니자, 다음에는 호수 공원에도 가보자는 것을 끝으로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아내는 모르겠지만 제게는 오랜 만에 마음 편하게 지낸 시간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함께 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시시콜콜한 이야기지만 함께 나눈다는 것이 작은 행복이고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에 다시 나가자고 약속은 하였지만 장담할 순 없습니다. 당장 오늘 오후 예배 후 심방이 있고 비도 온단 말이 있기에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일회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데 사정이 어찌될는지 예측을 할 수 없습니다. 야트막한 곳이지만 안 하다 하려니 다리에 알이 배겨 며칠 불편하였습니다. 그래도 한 번 코에 바람이 드니 자꾸 나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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