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3-2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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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가 베이스기타를 치기 시작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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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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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가 베이스기타를 치기 시작하였습니다 -
사람마다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장점이 많은 반면 어떤 이는 장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기도 합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어느 날 곰곰이 제 장점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떠오르는 장점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어떤 취미생활을 하고 있느냐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신상명세서를 작성할 때마다 특기와 취미 적는 란에 걸려 늘 한참을 고심하곤 하였습니다. 무엇하나 내놓을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음정, 박자, 노래 그 어느 것도 자신이 없습니다. 목사가 된 지금도 찬양인도나 혼자 부르는 것은 질색입니다. 어쩔 수 없이 부를 경우 부르긴 하나 그때는 그야말로 제 정신이 아닙니다. 그 흔한 노래방 한 번 안 가봤다면 말 다한 것 아닌가요?
청소년시절 기타 치는 모습이 근사하게 보여 한 번 도전해 본 적이 있습니다. 어디서 헌 기타를 하나 구해서 책을 봐가며 코드 잡는 연습을 하는데 왜 그렇게 어려운지, 며칠 하다 그만두었습니다. 그런데 기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어렸을 때부터 악기란 악기는 모조리 다 어려운 것들뿐이었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하모니카나 피리조차 제대로 불지 못합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희 부모님이든 형이든 누구도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 없습니다. 본가만이 아닙니다. 제 아내 역시 제대로 다루는 악기가 없습니다. 그저 피아노를 조금 칠 뿐입니다. 악기에 한(?)이 맺혀 아이들은 악기를 다루게 할 요량으로 큰 아이를 피아노 학원에 등록시켰지만 저처럼 적성에 안 맞는지 한 두어 달 다니다 피아노 선생님이 머리를 한 번 때렸다는 핑계로 아예 발을 끊었습니다. 둘째는 아예 피아노 근처에도 가려 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희 둘째가 베이스 기타를 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악기하고는 담을 쌓고 전혀 무심하게 지내던 저희 가족으로서는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일입니다. 어느 날 교회를 갔다 오더니 베이스 기타를 할 것이니 기타를 하나 사달라고 하였습니다. 진지하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해보는 말인가 싶어 듣고 흘렸습니다.
그런데 종이에 기타 줄을 그려놓고 치는 시늉을 하더니 스마트 폰을 가지고도 연습 하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정말 베이스 기타를 할 것인지 물었고 하겠다는 대답을 들었지만 그래도 망설인 것은 며칠 하다 그만두면 괜히 기타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구정 무렵부터 구체적으로 기타를 살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보며 정말 하려는가 보다 싶어 베이스 기타와 조그만 앰프를 하나 사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계속해 오더니 얼마 전에는 수요기도회에 이어 주일 오전 2부 예배까지 데뷔(?)를 하였습니다.
제가 보기에 아직은 뚱땅거리는 실력이지만 그래도 하겠다고 서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울컥합니다. 손가락 두 개의 허물이 벗어지고 피가 나와도 멈추지 않고 계속 하는 걸 보면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는 갈 것 같습니다. 자기 말대로 뮤지션으로 나갈 것은 아니라기에 그냥 예배 반주 정도로 머물겠지만 그래도 나름 열매마을이든 장년부이든 자신의 힘으로 연주하겠다고 노력하는 것이 기특해 보입니다.
주일날 베이스 기타를 매고 집을 나서는 아들을 보며 속으로 혼자 중얼거립니다. “아들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베이스 기타의 달인이 되어 우리 집안의 숙원을 풀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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