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06-1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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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면 유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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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지기
 조회 : 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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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음식에 까다로운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특정한 음식만 유별나게 선호해서 먹는 경우도 없고 아예 대놓고 금기시하는 음식도 없습니다. 다만 홍어 삭힌 것은 아직도 제가 정복해야 할 숙제입니다. 그렇다고 아예 못 먹는 것도 아니고 먹기는 하지만 즐기지 않을 뿐입니다.
마니아까지는 아니더라도 외국 음식에 대해서도 별 거부감 없이 잘 먹고 있습니다. 몇 나라 가보지는 않았지만 현지 음식에 대해 별 어려움 없이 잘 적응하는 편입니다.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많습니다. 작년 여름 태국에 갔을 때 길거리에서 파는 꼬치 (양꼬치로 기억)난 국수도 먹어보려 하였으나 잘못하면 배탈 날 수 있다는 말에 여행지에서 배탈 나면 힘들겠다 싶어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식 가운데 국수를 좋아하여 국수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잘 먹습니다만 그 가운데 제일 좋아하는 것이 ‘냉면’입니다. 일반 국수는 곱빼기를 먹지 않지만 냉면만은 아예 주문 때부터 사리 하나를 추가합니다. 냉면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아마도 아버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버님이 이북(평북 용천) 분이셔서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오장동 함흥냉면집이나, 종로4가 시계골목에 있는 곰보집 등을 드나들었습니다. 양평의 옥천냉면이나 고박사 냉면, 인천 화평동 냉면도 먹어 보았지만 그래도 제 입맛에는 오장동이나 곰보집이 더 낫습니다.
처음 냉면을 먹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습니다. 어린 나이에 매울 것이라며 설탕을 듬뿍 넣어 주었음에도 얼마나 맵던지 이렇게 매운 걸 왜 먹을까 궁금하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냉면은 서서히 제 입맛에 맞아갔고 (엄밀히 말하면 냉면에 제 입맛이 맞은 것이겠지요) 그때부터 냉면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냉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물냉면이고 또 하나는 비빔냉면인데 비빔냉면은 다시 세 가지로 나뉩니다. 고기 수육을 얹은 비빔냉면, 홍어나 가자미를 올린 회냉면, 둘을 섞은 세끼미 냉면. 그중 저는 회냉면을 주로 먹습니다. 그 외에도 칡으로 만든 칡냉면이 있고 냉면의 사촌격인 막국수, 밀면 등이 있지만 제 입맛엔 그냥 냉면이 제일 맛있습니다.
냉면을 좋아하나 유감도 있습니다. 일산에선 진정한 냉면 맛을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 먹었던 그 냉면 맛을 찾기 어렵습니다. 일산에 이사 온 이후 몇 곳에서 냉면을 먹어보았지만 제 입맛에는 별로였습니다. 어느 곳은 아예 면조차 시중 제품을 사다 만들어 주는가 하면 어느 곳은 면을 뽑기는 하나 뒷맛이 없고 어느 곳은 조미료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먹고 난 다음 속이 느글거리고 어느 곳은 냉면보다 양념 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집니다.
기억에 남는 맛은 바울의 교회가 개척하기 이전 성경공부로 모일 때 압구정동 영신회 건물 근처 어느 냉면집이었습니다. 맛도 양도 만족할 수준이었는데 일산으로 이전한 이후에는 못가 봤습니다. 일산에도 주엽 근처 1층 길가 함흥냉면집 냉면 맛이 괜찮았는데 그만 없어져버렸습니다. 길을 가다 보면 함흥냉면집이라고 간판을 붙인 곳은 많지만 선뜻 들어가 주문하기가 주저됩니다. 냉면 값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그 집 맛을 잘 모르기에 돈 들여가며 괜한 실패를 경험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할머니의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 같이 가늘면서도 질긴 면발에 질척한 국물, 오독이며 씹히는 회,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지 않아 먹고 나서도 깔끔하며 너무 달아 들척이지 않는 맛이 진정한 냉면의 맛입니다. 냉면은 가위로 자르지 말 것이며 냉면의 1/3은 그릇에, 1/3은 입안에, 1/3은 목 안에 있을 때가 진정으로 냉면 먹는 방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먹을 것 찾아 여기저기 다니는 편도 아니라 냉면 한 그릇 먹으려고 서울까지 가기도 뭣하고, 일산 어디가야 이런 냉면 맛을 볼 수 있을까요? 여름이 다가오니 냉면이 생각나 넋두리 한 번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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