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향기 북카페 봉사자 8월 필독서
니하오 미스터 빈
저자 하진 지음 / 현대문학
중국 작가 하진 장편소설 ‘니 하오 미스터 빈’
가로 사 미터, 세로 육 미터의 단칸방. 우리의 주인공 ‘샤오 빈’은 아이 혼자 쓰기에도 충분치 않은 이 공간에서 아내 메이란, 어린 딸 샨샨과 함께 육 년째 살고 있다. 공식적인 직업은 정비공이지만, 스스로 판단하기에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화가이자 서예가인 자신에게는 절실하게 공간이 필요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처럼 재능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조직에서 아파트를 주어야 마땅했지만, 그는 ‘개집이고 달팽이집’ 같은 단칸방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노동자 아파트 공급에서 다시 밀려났다. 주변머리가 없는 우리의 ‘예술가’ 샤오 빈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미국 보스턴대학 영문과 교수로 살고 있는 중국작가 하진(51). 헤밍웨이문학상과 전미도서상 등을 휩쓸며 세계적인 작가로 각광받고 있는 그의 장편소설 ‘니 하오 미스터 빈’(왕은철 옮김·현대문학)은 이렇게 시작된다.
빈은 자신이 근무하는 공장의 리우 서기와 마 공장장에게 이를 갈며, 더 넓은 아파트로 옮겨간 그들을 조롱하는 풍자화를 그려 지역신문 ‘뤼다일보’에 투고한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조롱과 금전적인 불이익뿐이었다. 우리의 빈, 그들의 상사인 인민공사의 당서기 양첸에게 구구절절한 편지를 보내지만 가재는 게 편이었다. 심지어 빈은 ‘정신병자’로 취급받는다. 빈은 울분을 머금고 다시 더 유력한 ‘노동자매일신보’에 뇌물을 주렁주렁 달고 입이 째지게 웃는 지도자 동지들에 대한 풍자화를 싣는다. 풍자화 밑에 적은 한 구절. ‘세 사람은 똑같은 바지를 입고 하나의 코로 숨을 쉽니다.’
“지도자들한테서 비판을 받으면 얼굴이 창백해지고 땀을 질질 흘리며 자신들의 잘못을 고치는 소시민 지식인들(공장에 근무하는 대학 졸업자들)과 다르게, 이 사이비 학자놈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71쪽)
지역 지도자들에게 빈이라는 놈은 돈키호테나 ‘아큐’처럼 무식해서 용감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위에서 아래까지 철저하게 구조적인 부패에 찌들어 있는 사회에서 이 돈키호테의 작은 반항이 먹혀들 리 없다. 우리의 빈, 그렇다고 여기에서 좌절할 수는 없었다. 불과 2주 동안 공부한 끝에 당 서기의 자식들도 합격하기 힘든 사범대학에서 오라고 해도, 문화부에서 선전일꾼으로 쓰겠다고 요청을 해도, 악랄한 리우와 마 때문에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빈. 그는 ‘환경’이라는 작은 신문의 예술편집자 도움으로 자신의 사연을 기사로 싣지만, 그 신문은 폐간 위기에 이르고 조력자는 직장을 잃을 처지에 봉착한다. 결국 그들은 문화혁명 초기처럼 비밀결사를 만들어 북경의 언론에 이 사연을 전하고 최종 승리를 거머쥔다.
미국에서 영어로 소설을 쓰는 중국 작가 하진을 두고 어느 미국 비평가는 “단순하고 평범한 문장이지만 오히려 미국 작가들에게 한 수 가르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진이 옮긴이 왕은철과의 인터뷰에서 “어찌된 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가장 애호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니 하오 미스터 빈’은 단숨에 읽힌다. 부조리가 빚어내는 냉소적인 유머와 인간에 대한 따뜻함이 고루 배어 있어 읽는 재미가 빼어나다.
하지만 미스터 빈의 활약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대목에서 숨가쁘게 줄거리를 따라온 독자들은 허탈해진다. 줄곧 풍자의 정점을 달려와 결말이 궁금했는데, 겨우 정의가 승리한다는 밍밍한 도덕교과서? 실마리는 이 소설의 원제(‘연못에서 In the Pond’)를 알면 풀린다. 마지막 대목에서 눈물겹게 승리를 쟁취한 우리의 빈은 충성을 다짐하며 ‘연못’ 속으로 당당하게 간다. 빈을 인민공사 본부로 전출시킨 양 서기는 아랫것들을 다독이며 이렇게 말했다.
“예로부터 이러한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소. 하나는 처벌이고 다른 하나는 보상이오. (…) 나는 그를 이용하고 싶소. 그를 우리 편으로 만들어 우리 연못에 두고 싶소.”(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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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8-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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