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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섬기던 작은 교회의 사모님께 전화를 드리면 그 아드님은

어머니께서는 지금 기도중이라서 통화할 수 없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면 낮잠을 주무신 경우가 많았습니다.

신앙인들은 어떤 행위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행동도 종교적 행위로 포장을 해야만 비로서 안심을 하곤 합니다. 

그 중의 하나가 '선교'라는 이름의 여행입니다.

기부금이나 물품을 전달하고는 관광을 하느라 바쁩니다.

보석을 사고, 먹고 마시는 일만을 하다 돌아 왔어도 돈을 기부했기 때문에,

양심은 어느 정도 선교를 했다는 위안을 받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제자반 학생들만 나가도 무슨 일을 하기가 힘이 드는데

유치원에서부터 연로하신 권사님까지 나가서 무슨 선교를 하나?

또 하나의 무늬만 선교뿐인 행사를 할 뿐이지 하는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캄보디아를 갈 수 있었던 것은 거절 못하는 성격이 한 몫 차지하였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 보자' 는 신념을 얼마전 굳혔기 때문입니다. 

첫째 날 정명교회에 가서 쌀을 나눠 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상상했던  반듯한 교회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세면으로 바닥을 하고 기둥 위에 지붕만 덜렁 올려놓은 황량한 모습이었습니다.

지붕도 우리나라의 견고한 기와나 골재를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저 스레트 비슷한 무엇을 올려놓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시의 외곽에 자리한 그 교회의 주변에는 이미 많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저희 교회의 성도들은  일 키로씩 담은 쌀 봉투를

한 가구당 한 개씩 나누어 주며  “어꾼 쁘레얗 예수!” 라고 말하였습니다.

“예수님 감사합니다.”라는 캄보디아 언어입니다.

종교적인 모든 행위가 금지된 나라이기에 이 정도의 인사를 하는 것도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선교사님은 말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직접 보는 것으로 이미 저는 선교의 목표를 완성하고도 남았습니다.

처음에 눈에 들어 온 것은 먼지와 땟국물에 절은 아이들의 옷이었습니다.

옷감이 만들어질 때 염색된 색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옷은 없었습니다.

먼지가 많은 그들의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하루 이틀 빨지 않은 옷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먼지와 오물과 땀으로 찌들은  것들을 하나씩 걸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여자 아이들은 웃옷을 입고 남자 아이들은 입지 않은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들어온 것은 신을 신지 않은 아이들의 발이었습니다.

까무잡잡한 피부 위에  흙먼지들이 얼룩져 있었습니다.

움직이는대로 땀이 되어 흐르는데 성도들은 열심히 “어꾼 쁘레얗 예수!”

를 외치며 쌀과 전도지를 전해 줍니다.

저는 왜 그렇게도 입이 안 떨어지는지 그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같이 되어

쌀과 전도지를 받고 나오며 "어꾼! 어꾼!"하는 그들의 눈인사를 받았습니다.

그들의 겸연쩍은 웃음으로 보아 감사의 말이라는 짐작이 갔습니다.

일곱 여덟 되어 보이는 소년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아이는 수줍은 듯 그러나 환하게 웃었습니다.

수많은 아이들 중에 그 소년의 수줍은 웃음이 제 마음에 강렬하게 각인되었습니다.

흑진주처럼 빛나는 피부와 만화 영화의 주인공처럼 커다란 눈망울을 지녔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하얀  피부를 무척 부러워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스카라를 정성껏 세운듯한 긴 속눈썹 아래서  반짝이는

커다란 그들의 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들은 알지 못합니다.

하루 두끼로 끼니를 해결하는 그들에게는 이 작은 쌀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뚱뚱한 사람은 하나도 없고 심지어 닭과 개들도 모두 말라 비틀어진 모습이어서

충격적이었습니다.

교회 주변의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 쌀을 받기 위해 나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편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열매를 씹어서 나이든 여자들의 잇몸에서는

빨간 피가 나는 듯 하였습니다.

열 댓살 되어 보이는 주먹만한 얼굴의 소녀들이 아이들을 하나씩 옆구리에 끼고 나와서

쌀을 받았습니다.

그 아가들이 소녀들의 젖을 빨고 있지 않았다면 아이들의 엄마라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글씨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 이 사람들이 과연 복음으로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내 질문에 여봐란 듯이 쪼그리고 앉아서 전도지를 읽고 있는 남자를 보았습니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을 다 나누어 주었다는 것을 알자 순식간에 수백명의 주민들은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팀을 나누어 반찬고(대일밴드 한통씩)를 들고 가가호호 방문하였습니다.

나무와 나뭇잎들로 원룸이나 투룸으로 대충 지은 그들의 집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같으면 훨씬 편리하게 아름답고 깨끗하게 지을 수 있을텐데, 

그들은 도무지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름대로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눈은 선하게 보였고 웃음은 온순하였고 작은 체구에서는 악한 기운이

뻗쳐 나올 것 같지 않아 보였습니다.

행복지수가 높은 그들에게 문명의 이기를 전해준다는 것이

탐욕으로 불행한 삶을 전해주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이 되어졌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 어린이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그 곳에는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열망으로 불타는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오기를 매우 사모하고 있었습니다.

‘날린’이라는 스무 살의 총명한 눈이 빛나는 아가씨와 제가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할 수 있는 언어가 한국어 하나뿐입니다.

그런데 그 한국어를 가지고 이렇게 귀하게 가르칠 수 있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해 보았습니다..

저의 한마디 한마디를 알아 듣고 싶어서 안달을 하고

한 단어라도 더 해보고 싶어 하는 그녀를 느꼈습니다.

노트에는 정성스럽게 쓰여진 한국어가 빼곡하였습니다.

이 나라의 사람들은 한국어 가이드가 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부자 나라이고, 우리가 유럽을 선호하듯 그렇게 한국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기이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엠립 저희가 머문 도시에서도 한국이 얼마나 상권을 장악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날린'은 부끄러움이 많은 아가씨였지만 서툰 말로 저희 아들에게

남자친구 하고 싶다는 의사표시를 하고는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날린은 남자친구가 없다고 해서 "왜 없을까?" 하고 질문했더니

아마 자신이 얼굴이 예쁘지 않아서인거 같다고 하며 수줍게 웃었습니다.

불과 삼 개월 한국어를 배웠다는데 그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헤어지는 일은 늘 아쉽기만 합니다.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필기도구뿐이어서 볼펜을 세 자루 주었더니 너무나 기뻐합니다.

마지막 방문한 곳은 아동 보호소였습니다.

보호감찰소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범죄자들은 임시 감옥 안에 동물처럼 갇혀 있었습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곳에 그들은 더러운 타일 바닥에 누워 있었습니다.

악취가 진동하는 것으로 보아 뒤편에 가려진 곳이 용변을 보는 곳이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창살이 없는 공동의 방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나와서 잔디밭에 앉았습니다.

다양한 연령층이었습니다.

너덧살로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와 꼭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남매임이 분명한

일고여덟 되어 보이는 그 누이와 아낙네들,노인들,

그리고 중고등학교 정도 되어 보이는 머리를 짧게 민 남자 아이들, 

도무지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남녀노소였습니다.

대부분은 우리나라의 노숙자 비슷한 사람들인 거 같았습니다.

빵과 음료수를 나누어 주고 놀아 주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합니다.

선교사님을 도와 풍선을 불어 모양을 만드는 일을 여러 사람들이 도왔습니다.

그들은 앉아 있고 우리는 손님입니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노릇입니다.

우리는 미처 이런 일에 준비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구성원들은 이들 못지않게 얼마나 다양한지요.

준하를 비롯한 우리의 개구쟁이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이리 저리 뛰어 다니고 어르신까지 계시니까 경계하던 그들의 태도는 곧 부드러워졌습니다.

저도 낯선 사람을 보고 먼저 가서 인사하지 못하는 한 소심 하는 사람이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수가 없습니다.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인상이 범상치 않은 남자 노인에게 접근하였습니다.

깡마른 몸매와 각진 큰 눈에서 빛이 나서 그분의 인생이 순탄치 않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회색으로 된 '안전제일' 이라는 마크가 새겨진 한국작업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는 받아든 빵과 음료수를 먹지 않고 있었습니다.

포장을 벗기고 음료수의 빨대를 끼어서 주니 순간 활짝 웃었습니다.

기다렸다는듯이 온순한 아이처럼 그것을 소중하게 받아 먹으며 감사의 눈인사를 합니다.

이 작은 친절을 이렇게 고마워하는 이 사람도

하나님의 긍휼하신 백성이라는 생각에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등을 쓰다듬으며  어서 드시라고 말하는데 그야말로 뼈만 남았습니다.

남매는 가장 어리기 때문에 인기가 좋았습니다.

그 중에 저의 아들을 여자 아이가 따르며 계속 풍선을 불어 달라고 조르고 있습니다.

집에서 동생들에게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저의 아들이 그 아이들을 잘 데리고 놀고 있습니다.

남자 아이는 등쪽에  ‘신나라’라고 쓰여진 두꺼운 검도복 비슷한 옷을 한 벌 입고 있었습니다.

이 더운 나라에서 그 모습은 무척 안스러웠지만 한국에서는 버려지는 티셔츠 한 조각을

준비하지 못해서 입혀 주지 못하였습니다.

남자들은 벌써 젊은이들과 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매우 즐거워 하였습니다.

제가 처음 만났던 노인은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옆에서 더 오래 있었습니다.

말이 안 통하였으나 그리 답답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말로 무엇을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언가 사랑한다는 제 마음을 전하고 싶었으나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고작 손수건  한 장 뿐이었습니다.

손수건은 연한 하늘색으로 다행히 거의 새것에 가까웠고 잘 다림질 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을 주었습니다.

그가 아주 기뻐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소중하게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남매 아이에게 저의 아들이 이제 간다고 '빠이빠이' 손을 흔들자 

 한 아름 가득 풍선을 들고 있던 아이의 눈에 물기가 도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눈물이 되어 떨어지기 전에 그보다 더 빠르게 그 아이의 눈에 체념의 빛이 비쳤습니다.

이렇게 잠시 왔다 가는 것이 오히려 아이에게는 더 힘이 들 것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보니 제가 만났던 노인이 수줍게 웃으며 제가 준 손수건을

다시 한번 주머니를 열고 확인해 보는 것이 보였습니다.

왜인지 이 다음에 주님 앞에 갔을 때 저 노인이 저 손수건을 흔들며

저를 반길 것 같은 영상이 아른거렸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오늘 하루 동안에 일어났던 일들임을 생각하며

호텔에서 마음을 정리하였습니다.

막연하였던 선교라는 이름을 내 손으로 만지고

쓰다듬어 보듯 실제적으로 다가 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시계를 확인하려고 아들의 핸드폰을 열어 보니 아까

보호소에서 만났던 여자 아이의  사진이 뜹니다.

표정 없는 커다란 눈이 무척 슬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