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신 말일세.
우리들은 약하나 예수 권세 많도다.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성경에 써있네.
조심스럽게 찬양이 저희들의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조금 전까지 끊임없이 뒤척이며 자신의 아픔을 호소하고 떠들던 환자도
입술을 움직여 찬양을 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의식은 아직은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모든 기억은 또렷했으나 자신이 지금 왜 이렇게 아픈 것인지
이렇게 아픈데 왜 사랑하는 남편은 와보지 않는 것인지
사고가 난 이후의 상황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마취제로만 한 달을 버텨온 그녀의 육체와 정신이
단번에 온전해질 수는 없는 것이라고, 육신이 모두 깨졌다가
하나씩 회복이 되어 가고 있듯이
정신도 하나씩 기능을 되찾게 되리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나를 사랑하시고 나의 죄를 다 씻어
하늘 문을 여시고 들어가게 하시네.
그녀의 언어는 마치 무의식 속에서 흘러나오는 듯 하였습니다.
여기저기 아픈 부위를 말하고 작은 자극에도 소스라치듯 놀라는 사이사이로
그녀가 무심한 듯 내뱉는 말들은 저희 목장 식구들을 기쁘게도 마음이 아리게도 하였습니다.
누구는 밥을 적게 먹어라, 청소를 시켜라.
다음에 올 때는 봉투 말고 선물로 사 오라고도 하였습니다.
저를 보고는 금식기도를 시키면 어떻겠느냐는 누구의 제안에
그러지 말라고 손을 저으며
“그러면 늙어.”
라고 말하였습니다.
찬송을 하겠다는 목장장의 말을 듣더니
“나는 기도, 찬송이 좋아.”
하며 어린아이같이 두 손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잠시도 집중할 수 없는 그녀의 정신은 곧 몸을 뒤척이며
다른 말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찬양이 시작되자 환자는 모든 평안을 누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평소 찬양을 좋아하던 그녀는 입술을 움직이며 눈을 감았습니다.
그녀가 건강하였을 때 그 작은 몸집에서 내던 큰 찬양의 소리를 우리는 기억합니다.
지금은 입술을 움직이나 소리가 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찬양을 드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얼굴에 흠집이 생기고 턱뼈가 맞지 않고 광대뼈가 드러난 그녀가,
눈을 감고 입을 움직이는 그 모습은 천사의 모습처럼 아름다웠습니다.
내가 연약할수록 더욱 귀히 여기사
높은 보좌 위에서 낮은 나를 보시네.
잠의 안식 속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평안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햇살 내리 쬐는 봄날에 누리는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폭풍 가운데서 어미 새의 품에 있는 둥지 속의 아기새가 누리는 것이
진정한 평안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 먹구름은 일어나며 바람은 부는 것인지, 눈보라가 시야를 가리는 것인지,
그 모든 일들을 이해할 수는 없으나 한 가지 알 수 있는 그 사실.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성경에 써있네.
목장 식구들은 간절한 기도의 마음을 담아서
그녀의 창백한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마지막 절을 불렀습니다.
세상사는 동안에 나와 함께 하시고
세상 떠나 가는 날 천국가게 하소서.
마치 하나님 보내주신 천사가 함께 찬양하는듯
아름답게 곡조를 실은 그 가사는
우리의 마음에 새기어 주시는 주님의 마음이었습니다.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성경에 써있네.
작성일 : 07-12-0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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