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04-0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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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무섭게 붑니다.
소리만 들으면 마치 바닷가에 와서 큰 태풍이 몰고 온
큰 파도의 소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바람과 파도는 본질상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바람에서 물소리가 나는 것이 이상하기만 합니다.
베란다의 두꺼운 유리를 뚫고 들어온 바람은 거실의,
틈이 많이 벌어진 창문들을 요란하게 흔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찬 바람에도 참새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마당 구석의 은행 나무에 앉았다 또 급하게 날아 올랐다 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 거실에 컴퓨터가 베란다를 향해 놓여 있기 때문에
참새의 움직임은 언제나 저의 구경거리입니다.
며칠 전 참새를 통해 내려 놓았던 저의 염려를 나누고자 합니다.
그것은 남편의 불면으로부터 시작된 걱정이었습니다.
잠이 들면 거의 세상모르고 자는 사람이 남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은행이라는 직장은 문을 열고 시재를 맞출 때까지
신속함과 정확, 그리고 친절까지 요구되는 곳이다보니
몸과 마음이 늘 긴장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남편이 자다 말고 부엌이며 거실이며 또 현관 문을 열고 나가기도 하며 왔다 갔다 하는 것입니다.
음악 소리도 들리고 도무지 무엇을 하는지 짐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은 새로 한 시가 넘었습니다.
저의 생각도 어느 사이 잠이 확 달아나며 여러 가지 추측을 하게 되었습니다.
왜 자다가 나갔을까?
몇 년 전 앓았던 공황장애가 재발 되었는가봐.
안절부절 못 하는 남편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저도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나가 보니 남편은 부엌에서 성가곡을 듣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보고 자라고 합니다.
저는 다시 방으로 들어 왔습니다.
이 것 저 것 캐물으면서 남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밤새 잠을 자지 않는 것이 역력하였습니다.
몇 년 전 공황장애를 앓았을 때의 악몽이 되살아 났습니다.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던 남편.
자다 말고 응급실까지 갓던 일,
면도날보다 날카로워진 신경체계에 온 식구가 맞추느라 모두들 버거워 하던 일.
그 때의 분위기를 떠올리면 어린시절 겨울에 지나 가던 냇물 생각이 납니다.
미처 얼지 않아 발이 갈 때 마다 으스슥 소리를 내며 금이 가던, 온 몸을 움츠리게 하는 긴장감입니다.
어느 곳에서 깨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모든 것이 위태하고 불안하였습니다.
저는 자는 척 하며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였습니다.
아니, 의심들을 하였습니다.
그 때는 주께서 회복 할 수 있는 은혜를 주셨는데 과연 또 은혜를 주실까?
하는 생각들이었을 것입니다.
새벽이 되니 남편은 밖으로 나가고 없었습니다.
부엌에는 어지러이 이부자리며 널려 있고 식탁 위에도 무언가를 적었던 흔적들로 가득합니다.
이 광경은 틀림없는 그 몹쓸 병을 앓을 때에 보아 왔던 광경입니다.
마태복음 6장을 펼쳤습니다.
나의 염려를 말씀 안에서 해결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 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천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고 시작하셔서
내일 일을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 괴로움은 그날에 족하니라.
로 말씀을 마무리 하셨습니다.
한참 후에 남편은 돌아 왔고 새벽 기도를 다녀 왔다고요.
그리고 밤에 잠이 오지 않아 아버지 학교 숙제가 지났지만, 편지를 썼다고 하며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출근을 하고도 저의 염려는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남편이 저를 안심시키려고 하는 것같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낮에는 비가 왔고 저의 기분은 극도로 우울 하였습니다.
직장도 그만 두게 해야겠다는 생각과 무슨 일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들로 가득하였습니다.
막내가 기침을 하기에 아이와 제 차 속에서 검도 학원 차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작은 나뭇가지들이 흔들리고 하늘은 검다시피 어둡게 내려 앉아 있었습니다.
참새들이 논바닥으로, 급하게 직선으로 내리꽂혔습니다.
비가 많이 오니 저것들도 저런 곳에서 비가 그칠 때까지 쉬는 것이겠거니 하였습니다.
차 유리로 비는 줄기차게 달려들고 윈도우 브러쉬는 게으르게 가끔씩 한번 그것을 밀어내었습니다.
맑아진 유리문으로 다시 참새 떼들이 비상을 하였습니다.
작은 나뭇가지에 모두 앉았고 빗 소리에인지 그것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도무지 그것들은 비를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또 전깃줄 위에 앉았습니다.
모두 비를 쫄딱 맞아서 더 작고 가냘픈 새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에 젖은 그것들은 색도 더 진해져서 제비의 색깔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참새들은 다시 한 번 급하게 논으로 떨어졌다가 지붕 위로 몰려갔다가
나뭇가지에도 앉아 보고 도무지 가만히 있지를 못하였습니다.
나뭇가지들은 더 많이 몸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전깃줄에 반쪽으로 줄어든 모습으로 쪼르라니 앉아 있는 모양새가 처량하고 가여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무심한 작은 것들은 저의 동정하는 생각과는 관계없이
끊임없이 곤두박질치고 날아올라 이 곳 저곳에 앉아 보곤 하였습니다.
그 작은 새들은 저를 관객으로 앉혀 놓고 공연을 하기에 분주하였습니다.
그 감독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나의 천부께서 기르시는 것들이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너는 이것들 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하시는 주님의 음성이 귓가에 들려 왔습니다.
그럼요 주님, 그렇고 말고요.
이 폭우가 지나면 또 하늘은 고요히 맑아질 것이며
젖었던 참새들의 털은 보송보송 부풀 것입니다.
그것들은 감기에 걸리지도 않고 갈색 얼룩무늬가 나타날 것이며
먹이를 찾아 나설 것입니다.
나의 아버지께서 준비해 놓으신 지천에 깔린 먹이를 물고
여유있게 하늘을 날아볼 것입니다.
그럼요 주님, 그렇고 말고요.
저는 당신이 저를 위해 지어 놓으신 참새보다
정말 많이 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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