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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남편이 직장의 근무처가 이동 되어 몇 년간 함께 하던 동료들과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인사말을 하는데 여직원들이 울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편이

   “울지 마라, 우는 사람들은 반드시 쉽게 잊더라.”

하고 말했다고 합니다.

애인이 군에 갈 때 슬피 울며 못 견뎌 하는 여자는 반드시 다른 남자 만나서 변절을 한다고 합니다.

감정의 기복이 그만큼 강한 사람이기에 금방 다른 곳에 마음을 빼앗긴다는 뜻입니다.

남편이 군에 갈 때 제가 울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남편을 기다려 주리라고 확신을 하였다나요?

그래서 울지 않으려 합니다.

최 집사님을 생각하며

쉽게 변하는 내 마음에 슬픔을 던져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이 주간 최 집사님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추억해 봅니다.

그와 만나는 시간은 목장예배 시간입니다.

이주 전 목요일에는 제 옆에 앉았습니다.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는 법칙에 대해서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제 옆에 앉아서 너무도 진지하게 중요 대목마다 밑줄을 그어 가며 마음에 새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나눔의 시간에 최 집사님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나는 모든 면에서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교회에서 일을 맡길까봐 걱정이 되고,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너무도 걱정이 됩니다."

자신의 무력함에 대해서 힘들어하였습니다.

제가 볼 때에는 너무도 자신을 모르는 무지로 보였습니다.

자신의 보배로운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그 모습이 안타까워서 제가 농을 걸었습니다.

     “음, 그래도 괜찮아요. 잘 생겼잖아.”

그랬더니 말도 없는 사람이 즉각 반응을 하였는데

     “잘 생긴 게 밥 먹여 주냐고.”

저도 질세라 반박을 하였습니다.

     “그럼요. 배우들은 얼굴로 밥 먹고 사는데 뭐.”

최 집사님의 은사는 청소를 할 때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한 톨의 먼지도 남지 않게, 청소기의 휠타까지 비워 깨끗이 해야 그의 마음이 흡족해 합니다.

지난 주 토요일 저희 목장이 청소였습니다.

본당에서 북 카페 까지  거미줄부터 걷기 시작하여 아침 열시에 시작한 청소가 오후 세시에 끝났습니다.

화장실 바닥의 물이 안 빠지는 것까지 그가 손을 대면 신기하게 원상복구가 되었습니다.

구석구석 맑아졌으며 뿌옇던 곳은 반짝였습니다

제 속으로는 허리도 아프고 좀 대충 끝내고 싶은 마음도 많았으나 최 집사님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심학산 등산을 하고 내려 왔는데 그 때까지 최 집사님은 교회 마당공사의  뒷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지난 토요일도 나무 심는 일에 토요일 온종일 보냈던 집사님이었습니다.

아마,  그가 사랑한 교회를 위해 그의 몸을 아낌없이 쓰기로 작정을 하였었나 봅니다.

주일에는 또 오뎅국을 끓여서 운동장에 싣고 왔습니다.

사고가 난 주일 아침에도 수정과를 끓여서 들통을 조수석에 실어 놨었더랍니다.

지난 주 마지막 목장 예배는 최 집사님 가정에서 드렸습니다.

수정 같은 아이들과 찍은 가족사진을 보며 최 집사님이 탈랜트 같다고 모두 말하였습니다.

본인은 얼굴이 여윈 것을 약간 수정한 그 사진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쓰게 될 줄을 바보 같은 우리들이 어찌 알았겠습니까?

그날 왜인지 목장예배를 드리며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활짝 웃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기뻤거든요.

최 집사님도 박 집사님도 또 우리 모두 누구하나 얼굴을 찡그릴 이유가 없잖아요.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이리 아름다운지요.

저는 아직 그 사진을 들여다보지 못하였습니다.

또 울게 될 것이 뻔하고 그렇게 자꾸 울다가 쉽게 변절하는 여자처럼

최 집사님을 쉽게 잊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토요일 마지막 밤에 찬양대 연습이 끝나고 나오면서 우리는 서로 차를 타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며칠 전 저희 남편이 직장에서 승진한 것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자랑스러워 하였더랬습니다.

집사님이 저에게  한 턱 언제 낼 거냐고 하였습니다.

저의 답을 듣기도 전에

     "한 턱 내려면 대출 받아야 될 거야."

라고 제 옆에서 속삭였습니다.

우리는 웃으며 서로 손을 흔들고 유쾌하게 헤어졌습니다.

제가  자신에 관한  글을 올렸다고 최 집사님의 항의가 들어올 것 같습니다.

난 기꺼이 수정할 마음이 있어요.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 정말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

난 여기에 최 집사님 흉이라도 쓸 수 있을 겁니다.

예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고,

욕심도 그렇게 많은 사람인지 몰랐다고.

나보고 밥 사라고 하더니,

기회도 주지 않고  장유유서도 모르는지, 

좋은 곳이 있다 하니까 그렇게 빨리 막 달려가는 욕심쟁이가 어디 있느냐고.

최 집사님

난 정말 대출이라도 받을 용의가 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