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비자금이 한 푼도 없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 부부라면 당연히 서로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속이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제 신념에서 비롯되는 일입니다.
물론 부인들은 비밀스럽게 목돈을 마련하여, 남편을 기쁘게 하려는
갸륵한 바람을 가지고 비밀 통장을 만드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비상금을 모으는 주부들의 목적 중 하나는
친정에 돈을 써야만 할 때 남편이 흡족하게 못 해주기 때문에
딴 주머니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임을 부인 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부부가 의견을 일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인해, 때로는 아쉽기도 하지만 비상금을 모아 볼 시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부부의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는 제가
서로의 메일함을 오픈 하느냐 안 하느냐 에서는
남편과 의견 일치를 보지 못 했습니다.
남편의 메일함은 오픈을 하고 말 것이 없습니다.
거의 스팸 메일로 가득 차 있으니까요.^^
저에게는 그 메일함이 온갖 잡동사니 감정의 저장 창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 있는 제 친구에게는 대부분의 고민과 감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남편과 심하게 다툰 날을 비롯하여^^ 문제가 크게 보여서
기분이 아주 다운 된 날, 기도도 잘 안 되는 날.
그 친구에게 편지를 씁니다.
저는 예상된 답장을 받습니다.
저의 열렬한 팬인 그녀에게서 오는 편지는 다 제가 잘했는데
주변의 환경 제공자들이 나쁘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제 일기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이 메일을 같이 공유해야 한다는
남편의 주장에 대해서 제가 아직 동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친구에게 메일을 보내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
제가 보낸 글들을 다시 보면 너무 부끄러워서 다시 편지를 씁니다.
친구야, 지난번 내가 보낸 편지 꼭 지워 버리기 바래.
하고요.^^
제가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그 친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도 있지만 지리적으로 멀다는 것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낸 편지가 바다 건너서 다시 돌아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즉
제가 했던 말들은 지구상에서 그냥 공중 분해 되고 말 것이란 전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낸 편지 내용이 신경이 쓰인다면 그냥 메일함에서
'삭제'를 해 버리면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시사적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제 적성에는 맞지 않지만,
이번에 드러난 신정아, 변양균 씨의 일을 보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삭제한 메일을 복구하는 현대 과학의 놀라운 위력 앞에 놀랐습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삭제한 메일은 휴지통으로 들어가고 다시 한 번 휴지통을 비울 때
메일이 실제로 디스크에서 삭제가 되어 복구가 불가능 합니다.
정말로 비우기를 하시겠습니까?
라며 신중한 의사 결정을 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진중한 선택을 하여 그 편지가 존재하지 않았던 상태로 돌려 버렸는데
그 순간 그 말들이 다시 한 번 부활하여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창조된 인간이 이런 놀라운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내뱉어 버린 말과 글을 다 살려 내셔서
조선일보에 연재를 하지 않으시리란 보장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글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신중할진데
하자 마자 흔적 없이 사라지는 말은 어떠하겠습니까?
리플 한 줄 다는 것을 고민 하다가 그만 두었다고
말씀 하시는 분들도 이야기는 너무 쉽게 잘 하시는 것을 봅니다.^^
오늘 아침 신문에도 대통령께서
너무나 가벼이 말씀하신 것이 비판거리가 된 기사를 읽었습니다.
사실 저의 입도 무겁지 않습니다.
저에게 그렇게 언론이 주목을 하고 있다면
날마다 독자들은 재미 있는 읽을거리를 제공 받게 될 것입니다.
저의 언어생활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 하였습니다.
비판하는 말, 미워하는 마음들을 너무나 쉽게 쏟아 놓는 저를 발견합니다.
이 사람과 같은 마음으로 이야기 했어도 저 사람이 들으면 상처가 됩니다.
만인 앞에 드러나도 부끄럽지 않은 언어생활은
결국은 하늘의 언어 뿐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칩니다.
하나님을 찬미하고, 성도간에 위로 하고 사랑 하는 말들만이
누가 들어도 은혜가 되고 덕이 되는 말들이라는 것을 압니다.
내 의견과 생각이라는 것들이 너무 많이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오류가 있다는 것을 묵상해 봅니다.
내 주관으로는 옳은 생각이지만 하나님 보실 때는 안타까운 언어들임을 알게 하십니다.
내가 뱉어 버린 말과 글들을 뉴스화 시키지 않으시는 것은
능력이 없으심이 아니고 나를 자녀 삼으셨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수치를 당하는 것을 싫어하셔서 참으시는 것입니다.
내가 필요 없는 말들로 주님의 귀를 피곤하게 할 때면
주님은 먼 곳을 보시며 딴 생각을 하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혜롭지 못한 이웃이 공감대가 없는 말을 오래도록 지치지 않고 떠들 때,
제가 짓는 표정과 같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이지요.
주님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주님의 언어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겠지요.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들을
기뻐하시며, 화답하시는
주님과의 '핑! 퐁!' 언어를 자꾸 연습 해야겠습니다.
지금은 오호라, 곤고한 나의 모습 뿐일지라도
내일은 조금 더 유창해 지리라 기대합니다.
작성일 : 07-09-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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