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입니다.
하늘은 흐리고 공기는 눅눅합니다.
이런 날은 뭔가 재미있는 일이 좀 일어났으면 좋겠는데
우리의 현실은 참 지루하고, 그날이 그날입니다.
누구하나 저보고 비 오는데 어떻게 지내냐고 전화도 없고요,
칼국수라도 먹자고 하는 사람도 없어요.
저의 일상이 이런데 여러분도 다 비슷비슷 하시리라고 생각하고,
제가 여러분을 재미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술 끊은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응?
잠이 확 깨셨어요?
작가가 벌거벗을수록 독자는 감동을 하게 마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진짜 작가인 것만은 틀림없군요.^^
지난 주 새 가족 모임에서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술을 끊어야 한다는 말이
주제로 올라서 저희가 토론을 벌였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증표를 무엇으로 나타내겠느냐
술 담배 끊는 것이 제일 쉬운 일 아니냐고 하였습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제가 술을 좀 나중에 끊을 것을 너무 빨리
예수님을 영접도 하기 전에 끊어버렸으니 아쉽기는 하더라구요.^^
제가 용기를 내기는 하였으나 사실 이 이야기를 하자니 너무나 창피해서
자꾸 서론이 길어집니다.
아주 오래 전, 음~~ 그러니까 그게 고등하교 일학년 이 학기에 일어난 일입니다.
확실하게 할 것은 저는 문제아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완벽한 범생이었습니다.
장안의 내숭쟁이에다가 집이나 학교에서 말썽이라고는 한 번도 일으킨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가 파하고 귀가를 했는데 제 친구 둘이 저희 집에 찾아 왔습니다.
한 친구는 저와 친한 친구였고 한 친구는 별로 친하지 않은 아이였습니다.
왜냐하면 그 아이는 소위 말하는 ‘노는 아이’였습니다.
별로 공부는 하지 않고 멋 부리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말썽도 좀 부리고 그러던 아이였습니다.
그 친구는 기타를 잘 쳤고 노래도 잘 했어요.
지금처럼 짱이니 그런 종류의 아이는 아니었어요.
마침 저희 집에는 어른이 안 계셨어요.
아버지가 아프셔서 엄마와 함께 요양을 가셨어요.
집에는 동생과 저뿐이었지요.(이 아이도 외출중 이었지요.)
오빠들도 군에를 가 있었으니까요.
아, 저희 집에서 공부를 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그 때 독서실에서 오지 않았어요.
저희는 이 잘 노는 친구하고 노래도 부르고 그랬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이 친구가 술을 먹어 보자고 제안을 했어요.
술이 어떻게 취하는 것인지 알고 싶지 않느냐고.
그리고 자신은 아무리 먹어도 술이 취하지 않는다고.
그 때 정말 호기심이 일었어요.
어떤 기분인지 알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아마 마약도 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사단아 물러가라!" 했어야 하는데 그 때는 주님을 몰랐으니.^^
지금 기억해 볼 때 술을 사러 간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그 애들이 아마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온 거 같아요.
계획된 범죄였어요.^^
전 정말 알고 싶었어요.
내 마음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취해 가는 것일까?
모든 것이 다 망각이 되어지는 것일까?
그런 황홀한 것이 있다면 한 번 맛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술의 종류요?
알고 싶으셔요?
맥주는 아니었어요.^^
한 잔 두 잔 먹었는데 전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아!, 한 가지 기억이 나요.
아마 화장실을 가느라고 그랬는지 마당에 나갔는데 모든 땅이 다 울퉁불퉁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술 취한 사람들이 왜 갈지자로 걷는지 알게 되었어요.^^
불룩 튀어 나온 땅과 움푹 들어간 땅을 밟으니까 자연히 걸음걸이가 그런거예요.
그리고 독서실에서 돌아온 저의 친구가 막 화를 낸 거 같아요.
"너희들 미쳤나? "
기억은 그 것 뿐입니다.
제가
깨어났을 때는 머리가 깨지는 것 같았어요.
제 머리에 정을 대고 망치로 계속 치는 거 같았어요.
전설에 의하면 제가 토했고 술주정을 했다나 봐요.^^ 읔! 창피!
어차피 오늘은 완벽하게 망가지기로 했으니까요.
울었대요.
너무 많이 울어서 제 동생이 문 틈으로 들여다 보고 엄마에게 달려갔어요.
먼 거리였지요.
누나가 약을 먹고 죽으려 한다고요.
전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그날 밤 동생이 없다는 것도 몰랐어요.
가뜩이나 아버지의 중병으로 속 상하신 엄마의 속을 왕창 썩여 드렸지요.
그래서 그 날로 술 끊었어요.
‘아, 나는 술을 먹으면 우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머리가 너무나 오랫동안 얼마나 아픈지
지금까지도 그 깨어질 것 같았던 두통의 기억이 생생하기만 해요.
신기한 것은 그 날 같이 마신 친구들, 저보다는 많이 마신 것이 분명한데
그 애들은 어떻게 멀쩡하게 집으로 돌아갔을까요?
저는 아주 의식과 무의식을 헤매고 있을 때 말이지요.
자기 집이 아니어서 긴장을 하고 있었을까요?
아니면 고수였을까요?
아무튼 저는 그 날 이후로 술은 입에 대보지 않았습니다.
그 날의 추억이 얼마나 강렬한지, 그리고 두고두고 얼마나 부끄러운지......
재미있는 것은
“너희들 미쳤나?” 하고 소리 지르던 친구는
남편과 가끔 술 한 잔씩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술 못 끊는 사람들 가끔 보면 적당하게 먹어서 못 끊는거 아닌가 싶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까요.
또
" 김 정옥 집사가 왕창 먹고 끊어 버리래!"
하고 바로 적용으로 들어가시면 곤란해요.
누구라도 술이나 담배를 못 끊으신 분이 만에 한분이라도 계시다면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끊는 것이 더 쉬운 일이라는 것만 알아두세요.
저의 과거의 경력을 알게 된 저희 남편의 충격도 생각해 보시고요.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의 충만을 받으라.(엡5:18)
포도주는 거만케 하는 것이요. 독주는 떠들게 하는 것이라.
무릇 이에 미혹 되는 자에게는 지혜가 없느니라.(잠20:1)
작성일 : 07-07-1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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