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안내  사이트맵   로그인  회원가입   

경상도 영풍군 ??면 탑거리.

‘88 서울 올림픽 기사가 신문에서 사라질 즈음인 ’89년 7월 초.

막 시작된 장마에 들의 곡식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밟아보는 경상도 땅은 무척이나 산도 많고 골짜기도 많았습니다.

그 때 저는 대학생들이 모이는 수련회에 참석한 후 10여 명의 형제,자매들과  “거지전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거지전도란 예수님이 제자들을 둘씩 짝지어 전도를 보냈던 것처럼 돈 없이 잠도 얻어 자고, 밥도 얻어먹으며 무작위로 뽑은 지역을 지도 한 장 의지하고 3박 4일 동안 전도하는 훈련입니다.)

하루가 지나 얻어먹는 거지꼴이 자연스러워 졌을 때, 우리는 탑거리라는 마을 앞에서 기도하고,둘씩 짝지어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시골은 들일을 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이 아니면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 집이 비어 있기가 일수입니다.

제가 처음 들어간 집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나물을 다듬고 계셨습니다.

서울에서 온 전도여행하는 학생이라는 소개를 하고 나물을 같이 다듬으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좋은 일 한다면서 설탕물 타주시며 반겨주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영접하셨느냐는 질문엔 ‘처녀 적엔 반사도 하고 새벽기도도 하는 사람이었지만, 믿지 않는 집에 시집와서 몇 번 매 맞고 성경 찢기면서 교회가 멀어져 지금은 다니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말씀하시며 괜히 우리에게 미안했던지 ‘서울에서 딸은 집사고, 손주들도 교회 잘 다닌다.’고 하시며 좋은 말씀 다른 사람들에게 어서 가서 전하라시며 자기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경험 상 이런 사람이 초신자 보다 전도하기 더 어렵다는 생각에 인사하고 나와 옆집으로 옮겼습니다.

옆집은 이미 다른 팀이 들어가 돌보는 사람 없이 자리에 누워 투병하시는 할머니 한 분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일가친척은 없고 마을 주민들이 가끔 돌아보고, 가져다주는 음식을 씻지도 않은 그릇에 담아먹고 겨우 연명하시며 죽을 날만 기다리고 계신 불쌍한 앞 못 보는 할머니셨습니다.

우리도 함께 들어가 예수 믿은 후의 영생에 대해 열심히 전하는데, 처음 만났던 아주머니가 어느 새 뒤에 오셔서 쓸데없는 일이라고, 가망 없다고, 건강하고 젊은 사람에게 전도하라고 잔소리를 하고 계셨습니다. 못 알아들으시는 할머니를 어쩔 수 없어 병낫기와 예수믿기를 당부하고 통성기도하고 마치면서 팀장인 선배가 마침기도를 제게 시켰습니다.

저는 기도하다가 할머니가 안쓰럽고, 또 언제 예수님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나서 눈을 뜨고 기도했습니다. 네 명의 열정이 넘치는 기도가 이어지는데, 뒤의 잔소리 아주머니도 눈감고 기도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두 시간여의 마을 전도를 마치고 마을입구에 모였는데, 낯선 청년 십여 명이 마을을 휘저으니 무슨 일인가 하고 나와 오히려 우리를 도와주셨던 이장님이 떠나려는 우리에게 ‘아까 잔소리하던 아주머니가 오는 주일에 이웃마을 교회에 나가겠다고 하셨다.’는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우리는 큰 은혜를 받고 처음 너무 쉽게 포기했던 잘못을 회개했습니다. 30년 전에 뿌려졌던 복음의 씨았이 경상도를 처음 밟아보는 서울에서 온 이름 모를 청년들의 모습에 싹이 트인 사실은 상주까지 걸어서 다시 전도여행을 떠나는 우리에게 큰 위로와 도전이 되었습니다.

“전해서 믿지 않아도 우리는 무조건 전한다!

 그 사람이 믿고 안믿고는 주님의 몫이다.

 20년이 됬던 30년이 됬던 열매는 주님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 후 우리는 전도하다가 구박을 받아도 웃으며 속으로 이랬습니다. ‘ 몇 년 짜리일까?“